중국이 연일 한국군의 군사훈련을 비판했다. 한국군이 지난 23일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하자 중국 언론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더욱 비난의 수위를 높였던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방파제이다. 북한은 중국에 있어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한문의 4자 성어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이 있는데 이 뜻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것으로 이해관계가 서로 밀접하여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보존키 어렵다는 뜻이다.즉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에게도 이로울 것은 없을 것이다.
1592년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 때 충주에서 신립이 패배하자 선조가 서울을 버리고 평양으로 몽진을 하면서 중국 명나라에 이덕형(李德馨)을 보내 구원군을 요청하였다. 명나라 조정에서는 조선이 요청한 구원군 파병을 놓고 논의가 분분하였다. 명나라 조정의 대신들간에 일대 설전(舌戰)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명나라 병부상서인 석성(石星)이 '순망치한'이라는 말을 써서 파병을 설득력있게 주장했다.
즉 조선은 중국에게 있어 입술과 같은 존재인데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조선이라는 입술이 망하면 중국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 본토에서 일본 왜군과 싸우는 것보다는 조선땅에서 전쟁을 하는 것이 중국에 이롭다는 전략적 판단하에서 조선에 명군(明軍)을 파병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 명나라가 마음씨가 좋아 조선에 군대를 파병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그래서 명나라가 군대를 보내 조선을 구원해 주었다는 뜻에서 감지덕지(感之德之)로 '구원군'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웃 나라가 불쌍해서 구원군을 보낸 역사는 어디에도 없다. 국가 보위를 위해 극히 전략적 판단하에서 명나라가 조선에 파병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선조 이후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중국 명나라가 '재조지은(再造之恩)'의 은혜를 조선에 베풀었다고 칭송해 마지 않았다.
중국 명나라는 평양성을 탈환한 후 곧바로 심유경을 일본 진지에 보내 일본군이 평양 이상을 침입하지 말 것과 조선군은 평양 남쪽을 포기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협상까지도 시도했던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 '순망치한'인 것이다.
/ 정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