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에 서울에서 열렸던 홈스쿨링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가정을 중심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함께 했다. 행사장 그득, 어림잡아도 150 여분은 넘는 거 같다. 지역도 서울과 수도권만이 아닌 대구, 제주, 무주, 영주, 봉화……. 전국 곳곳에서 올라왔다. 나이도 어릴 때부터 홈스쿨러로 자라 어른이 된 젊은이들부터 이제 막 결혼해서 아이를 임신한 신혼부부까지.
우리나라에 홈스쿨링이 도입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도 점점 더 늘어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무엇이 이런 흐름을 가능하게 했을까.
그 첫째 이유는 아무래도 학교 교육이지 싶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제도교육은 뒷걸음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지 않는가. 배움이 즐거움이자, 자아실현의 한 과정이라는 애초의 교육 취지 역시 점점 멀어지다 보니 아이와 부모들은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또 하나의 흐름이라면 요즘 아이들 개성이지 싶다. 지금 아이들은 개성이 이전 세대보다 한결 뚜렷하고 강한 편이다. 기존의 틀이나 잣대로 아이들을 묶어두려고 하면 가만히 있는 아이들이 드물다.
그렇다고 학교만 벗어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리라. 이날 토론장의 열기가 이를 말해준다. 장장 네 시간을 함께 하고도 모자라, 늦은 밤까지 뒤풀이를 하고 또 이 다음에 다시 보자고 약속하며 헤어진 사람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그득그득 쏟아낼 수 있는 데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크게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가정이란 부부를 기본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공간이자, 삶의 뿌리가 되어 전체 삶을 아우르는 생활 공동체다.
홈스쿨링은 말 그대로 가정을 토대로 배우고 성장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배움의 과정이나 결과 이전에 부모와 자녀가 서로 소통하고, 부부가 자녀 양육을 놓고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자주 갖게 된다. 가정마다 이런 분위기가 가능하니 전체 심포지엄 역시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 싶다. 그 어떤 심포지엄과 달리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하게.
이 날 뒤풀이 때 많이 나온 이야기가 '사회성'이다. 학교를 벗어나려는 부모들의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가 사회성이기 때문이다. 가정에 매몰되어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하지만 조금만 근본을 들여다보면 답은 간단하다. 사회란 꽤나 복잡한 것 같지만 그 뿌리를 더듬어 가면 가정이 된다. 사회성의 토대도 당연히 가정에서 출발한다. 부부 사이 또 부모 자식 사이 관계가 막혀서는 사회성이 좋을 수가 없다.
반면에 식구들끼리 잘 통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관계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나는 본다. 누군가와 소통하는 기본자세를 가정 안에서 자주 되돌아보면서 그 힘으로 관계들을 조금씩 넓혀가니까 그렇다. 가정이 중심이 된 사회.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경쟁이 아닌, 서로의 성장을 즐거워하고 기꺼이 성장잔치를 열 수 있는 만남. 그리하여 배움은 힘든 과정이 아니라 기쁨이자, 나눔의 과정이 되는 사회를 나는 바란다.
/ 김광화 (농부· '피어라, 남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