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새 해를 맞게 되면 우선 자기 나이부터 헤아려 보게 된다. 아이들은 한 살 더 먹었음을 즐거워 하고 젊은이들은 나름대로 새롭게 각오를 다진다. 그러나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다르다. '아니 내 나이가 벌써…' 할 정도면 그는 틀림없이 노인이다. 세월의 무상함을 되뇌이면서 거울속에 비친 내 얼굴, 늘어 난 주름살에 한 숨부터 내 쉬게 될 것이다. 노인의 나이를 몇살부터로 할 것인가는 불분명하다. 생물학적 나이로만 따지기 어려운게 70에도 청춘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0대에 이미 초로(初老)에 접어드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 지급 기준이 60세이고 65세가 되면 기초 노령연금 수급 대장자가 되니 그 어름이면 노인인 셈이다. 그렇다고 그 나이에 노인 대접 받기도 힘든게 요즘 세태다. 시내 버스를 타보라. 노약자석에 버젓이 앉아 휴대폰 문자보내기에 열중하는 중·고생이나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자리 양보하는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다. 지하철에서 옆자리 젊은 처녀에게 노인공경을 얘기했다가 민망한 꼴을 당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TV에 비친다. 가정에서 뒷 방 늙은이로 밀리고 사회에서 나이 대접 못 받는 노인들의 처지가 참 딱하다. 하지만 너무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나이 6~70에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사회 각계에서 활발히 일하는 노인들도 얼마든지 있고 등산이나 스포츠, 취미활동으로 노년의 삶을 보람있게 즐기는 실버들도 많다.
연초 스크랩북을 뒤지다가 노인에 대한 재미있는 글귀 한 대목을 발견했다. 과문(寡聞) 탓으로 어느 경구(警句)에서 발췌한 것인지, 아니면 요즘 흔한 인터넷 개그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음미해 볼만 하기에 옮겨 본다.
<환갑(還甲)인 60에 데리러 오거든 지금 안 계신다고 전하여라 고희(古稀)인 70에 아직은 이르다고 여쭈어라 희수(喜壽)을 즐긴다 하여라 산수(傘壽)인 80에 이래뵈도 쓸모있다고 미수(米壽)인 88에 조금은 쌀밥을 더 먹고 가겠노라고 졸수(卒壽)엔 90에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된다고 백수(百壽)인 99에 때를 보아 스스로>환갑(還甲)인>
아마도 인간 수명을 해학적으로 풀이한듯 하지만 곰곰 새겨 보면 '개똥밭에 딩굴어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을 그럴듯하게 각색한것 같아 실소를 금할수 없게 한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아무리 발버둥 친들 흐르는 세월을 무슨 힘으로 막을수 있겠는가. 때가 되면 가는 길은 인생에 정해진 궤도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늙는다고 너무 슬퍼할 일은 아니다. 때로는 젊음보다 늙음이 더 멋진 경우도 많다. 새 해를 맞아 스스로의 늙음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봄이 어떨지. 아무리 살기가 고단해도 인생은 역시 아름답다는게 철인(哲人)들의 설파(說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