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교수 사회 - 장세균

항간에 교수직은 '철밥통'으로 여겨져 왔다. 학문적 경쟁도 별로 없는 무풍지대가 교수사회이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과거에는 일단 전임강사로 발탁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정교수 까지는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전문지식의 소유자라 하여 사회로부터 전문 지식인으로 대접을 받았다.

 

여기에는 일본과 달리 무(武)보다는 문(文)을 중요시했던 조선사회의 전통도 한 몫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독서와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 교수를 하기 보다, 세속적 영달에 더 집착하는 사람들이 박사학위 취득하고 교수직에 목을 매는 사람도 많았다. 어려워서 그렇지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의 속마음도 교수직에 있을 것이다.

 

원래 경쟁이 없는 사회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기 쉽고 외부의 변화에 둔감하기 쉽다. 과거에는 어떤 교수가 한국 교수사회의 문제점이라도 지적했다면 그는 틀림없이 교수사회에서 왕따라도 당했을 것이다. 이번에 서울대 전공학부 초빙 석좌 교수로 있었던 미국 뉴욕 주립대 역사학과 김성복 교수가 신문 인터뷰에서 한 지적은 서울대에 대한 지적이면서 동시에 한국 대학 전체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학과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고 학과간에 교수들의 학문적 소통이 없다는 것은 대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느끼는 사실이다. 이런 점을 김성복 교수도 지적했다. 서울대의 경우도 역사학과가 국사,동양사,서양사학과로 나뉘어져있는데 학과간에 그리고 교수간에 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학과가 이렇게 세분화되었던 것은 학과를 많이 만들어야 학생 정원을 그만큼 많이 배정받을 수 있었던 과거 누습의 결과라고 본다. 김성복 교수의 지적 중, 실감이 가는 부분은 서울대 교수들 중에 정치권, 고위 관료, 언론인과 어울려 인맥관리에 몰두하는 교수가 많다는 것이다.

 

수업은 특정 요일에 몰아치고 정부나 공공기관의 자문위원, 대기업 사외이사, 고문직에 더 신경을 쓰는 교수들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지적이 어찌 서울대에만 해당되겠는가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되어도 다시 대학에 복직이 가능한 곳이 한국 대학이다. 그래서 '정치교수'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