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할머니 시인들, 시로 녹여낸 '세월의 아픔'

'늙지도 젊지도 않은 당신'은 멋지다. 늘 허기진 세월을 살아오다 늦깎이 시인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인생의 연륜을 쌓이지 않으면 쓰기 힘든 것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진솔한 삶이 담긴 시집을 모아봤다.

 

 

▲ 채행무 시인, 시집 「별의 언덕에서」 출간

 

 

77세에 시인이 됐다. 채행무 시인(80)은 시집 「별의 언덕에서」(신아출판사)를 펴내면서 "젊은 시절 반짝이던 영감을 다 놓치고 내리막에 접어든 시점에 시를 시작하려니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앞선다"고 적었다. 그가 펴낸 시집에는 '봄이 오는 길','인생길','별의 언덕에서','그리운 부모님 및 동시','미국, 캐나다'로 구성됐다. 문학평론가 김상태 전 이화여대 교수는 그의 시의 특징으로 여행시가 많고, '노래적 요소'를 현대시에 접목시켰다는 점을 꼽았다. 연작시'인생길'은 허무하게 흘러가 버린 삶을 노래한 것으로 노인과 젊은이의 말투가 교차시켜 새롭게 다가온다. 군산 출생인 채 시인은 2007년 「문학공간」으로 등단,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진상순 시인, 시집 「학의 장서」 펴내

 

진상순 시인(70)이 펴낸 시집 「학의 장서」(을지출판공사)는 불교적 세계관에 기초해 소멸성과 영원성을 고찰한 것이다. 자유시(1~2부), 정형시(3~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대표작 '학의 장서'가 연작시로 실렸다.

 

"'한순간의 설렘도 병(病)인 양 비우라는 말을 들었다','모든 것을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불경의 말씀이 살아가는 나침반이 됩니다. 더 생생하고 실감나게 시로 담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앞섭니다."

 

익산 출생인 그는 1997년 「한국시」로 문단활동을 시작해 한국시 문학 대상, 김제 시민의 장 문화장, 노산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