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30년 지역장벽 해법은 없는가?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필자는 한나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두 자리 숫자 지지율만 올리면, 성공이라는 지역장벽의 고질병을 앓고 있었다.

 

필자는 당시 선출직 단체장과 지방의원 250명 중 한나라당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알리고자 '250대 0' 이라 쓴 카드를 만들어 방송연설과 토론회에서 도민들께 그 심각성을 호소했다. 이를 본 많은 도민들이 전북의 현실에 개탄했으며 많은 공감을 해 주셨다.

 

호남과 영남 전체를 비교하면 지역갈등의 현주소를 더욱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현재 호남(전북·전남·광주)에서 한나라당 진출 분포를 보면, 국회의원 31:0, 지방의원 522:0 (비례 제외)으로 한나라당에는 단 하나의 의석도 없다.

 

영남(대구·경남·경북)에서 민주당 역시 국회의원 37:0, 지방의원 754:20 (비례 제외)으로 전체 의원의 2.7%, 극소수 진출에 그친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나라가 또 있겠는가?

 

한나라당 최고위원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역장벽을 깨는 일을 신념으로 하겠다는 것을 발표했고 가장 유용한 제도로 '석패율제'를 제안했다.

 

석패율 제도는 현행 비례대표제처럼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따라 당선자를 정당별로 배분하되, 각 정당의 취약지역에 한해 석패율제도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임으로 지역구에 출마한 낙선자 중 석패율이 높은 순서대로 비례대표에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석패율(%) = {(낙선 후보자의 득표수) / (당선자의 득표수)} * 100)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 등의 변화 없이 현재 54명의 비례대표 중 10명 정도로 시행한다면 호남과 영남서 각 5명씩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정당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석패율제는 현 제도에 무리한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고 유권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가장 현실 가능한 민주적 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넘어 선진국으로 가는 자랑스러운 나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은 연말이면 폭력이 난무하는 난장판 정치 상극의 연속이다. 그 중심에 지역주의가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상극의 정치를 넘어 화합과 소통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 경제, 교육 등 꼴찌수준에 있는 전북으로서는 집권여당의 선거직 의원이 한 명도 없는 민주당 독식구조인 외발통을 쌍발통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전북의 어두운 경제·교육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선거제도 개편은 그간 역대 정부들에서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 필요성이 여러 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긴 논의를 마치고 실천해야하는 때이다.

 

이에 필자는 당내에서 지역주의와 상극정치를 해소하기 위한 석패율제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이를 실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2012년 총선 이전에 이러한 제도, 선거법이 바뀜으로써 여당과 야당, 호남과 영남이 함께 가는 쌍발통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고 난장판정치, 상극의 정치에서 화합과 소통의 정치 지형이 마련될 것이다.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고창에서 태어나 남성고와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전남 해남에서 전업농부로 살았던 그는 갖은 고생끝에 참다래를 키워내 벤처농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렸다. 지난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됐으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허용 합의에 따른 촛불시위가 번지면서 같은 해 8월 퇴진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전북지사 선거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 18.2%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대중 정치인의 가능성을 보였다.

 

/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