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학급과 담임

이상훈 (전주고 교사)

연일 맹추위에 고 3이 된 큰 딸이 아침 일찍 등교하여 저녁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는 자율학습이 끝날 무렵에 맞춰 학교에 가서 함께 돌아오는 도중에 담임 이야기를 했다. 큰 딸은 담임선생님이 좋다며 싱글 벙글이다. 이름을 물어보니, 후배의 이름이다. 후배의 이름을 듣는 순간, 1년 동안 그것도 고3 담임을 맡아줄 후배가 담임이라니, 내 마음이 든든했다.

 

송기숙 선생님이 펴낸 산문집 '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 이 있다. 선생님은 세상의 축소판인 마을에는 대개 5가지 유형의 인물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한 유형의 사람이 없어지면 곧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그 자리를 메우게 마련이라는데, 존경 받는 마을 어른이 있고, 늘 말썽만 부리는 버릇없는 후레자식, 일삼아서 이집 저집으로 말을 물어 나르는 입이 잰 여자와 틈만 있으면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을 웃기는 익살꾼, 그리고 좀 모자란 반편(半偏)이나 몸이 부실한 장애인 등 다섯 가지 유형이라고 한다.

 

실은 학교 안의 학급도 마찬가지이다. 학급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서로 친구 관계를 맺으며 사회성을 기른다. 친구들로부터 신임을 받고 지도력이 있는 학생이 있다. 늘 말썽만 부리는 버릇없는 학생도 있다. 송기숙 선생님은 후레자식으로 표현했다. 후레자식은 마을의 젊은이에게 도덕적 기준을 제공한다. 본받지 말아야 할 전범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학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해가는 학생은 언제나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 좀 모자란 반편이나 몸이 부실한 장애인도 있다. 이런 학생은 개별 학습반이라 하여 지도하고 있으며 보다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이다. 수업시간마다 입을 쉬지 않고 반 학우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이런 저런 학생이 있어야 한 시간 수업도, 하루해도 빨리 저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송기숙 선생님은 다양한 구성원의 개성이 존중되는 마을은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학급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부대끼면서 생활하여야 한다. 친구끼리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화해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학생, 친구 집안에 어려운 일 생길 때 친구를 돕고자 하는 학생, 공부를 잘하는 학생, 운동을 잘하는 학생, 노래나 악기를 잘 다루는 학생, 인사성이 바른 학생, 청소를 잘 하는 학생 등 모두가 구성원이 되어 학급을 이룬다.

 

물론 여기에는 담임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담임만큼 중요한 역할이 없다. 1년 동안 학급을 운영하면서 누구보다도 학급의 학생을 보살피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담임이 누구인가가 학부모의 주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학부모에 그치지 않고 교사도 그렇거니와 같이 생활할 학생 입장에서도 누가 담임을 맡느냐는 초미의 관심사다.

 

실제로 교사들은 담임을 하고 안 하고에 따라서 학생들과의 친밀도가 확연하게 다르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이 아이들과 하루 일과를 거의 함께하기 때문에 그만큼 친밀하지만 중등의 경우는 담임을 하지 않을 수도 있어 학생들과 친밀도는 그마만큼 약해진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관심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한 반에 30여 명의 학생이 있을 때 담임이 전체학생을 챙겨주기에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요사이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가능하면 담임을 하지 않으려 한다. 흔히 교직사회에서 담임은 3D업종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담임을 맡는 교사에게 수당도 주고, 전보와 승진 가산점도 주겠는가? 진짜 담임을 하지 않으면 편하다. 아직은 담임을 하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다.

 

신묘년 새해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에 행운을 빈다. 그리고 모든 선생님이 존경받고, 아이들은 행복하고, 학부모는 만족하는 학교모습이 되길 기원해 본다.

 

/ 이상훈 (전주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