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동호인 모임이 있던 비바람이 거센 날이었다. 오랜 만에 흥타령을 불렀다. 흥타령 가락에 어머니도 생각났고 형님도 생각났다. '천지도 속이고 내사랑도 속이는 구나'던 옥성 누님도 생각났고 유별나게 내 이름을 사안곡이라 길게 발음했던 영곤이도 생각났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60편 글 모두가 애착이 갔지만 흥타령은 특히 더한다. 가슴에 얽힌 한을 실타래 풀듯, 한숨을 놓듯 푸는 흥처럼 신바람 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 수필가 선산곡(61)씨가 펴낸 세 번째 수필집 「속아도 꿈 속여도 꿈」이다.
'매화차', '첫여름', '가을 문 앞에서', '이랬었구나' 등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깊은 사유와 통찰력으로 빚어낸 글과 평이하면서도 진솔함이 배어있는 글들이 담겨 있다.
첫 수필집 「LA쑥대머리」(2000)와 두 번째 수필집 「喫酒漫筆」(2007)에 이어 내놓은 이 책은 첫 수필집을 낼 때 미처 싣지 못했던 작품들을 대부분 을 담고 있다. 그는 머리말을 통해 "때놓친 작품들을 모아 3집으로 내놓기까지 무척 큰 용기가 필요했다"며 "수필은 내 삶에 희망과 풍요로움을 가꾸어 준다. 평생 마음 밭을 갈고 닦아서 좋은 수필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학의 첫 걸음은 초등학교 3학년때 김소월의 '풀따기'시낭송이고 고교 2학년때 '가로등'이란 동인지를 만들면서 문학에 대한 꿈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순이 넘었으면서도 책을 낸다는 것은 쑥스럽고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산을 좋아해 필명이 산곡인 선씨는 인생을 달관한 듯 툭툭 털어 버리는 글쓰기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순창 출생으로 전북수필문학협회장을 역임하고 '회문'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