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체성 위협받는 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은 이제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장 한국적인 공간으로 전주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도심과 인접한 700여 채의 한옥이 군락을 이룬데다, 경기전과 풍남문 오목대 이목대 등 조선 왕조의 탯줄과 관계가 깊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의 컨셉과 딱 어울리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 해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고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되어 성가를 더욱 높였다. 지난 해 관광객만 350만 명이 다녀갔다.

 

이처럼 한옥마을이 각광을 받으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그 중 급격한 상업화와 주차난 등이 가장 큰 골치다.

 

전주시의회 김남규 의원에 따르면 2011년 현재 한옥마을 내에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은 모두 83곳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2000년 19개였던데 비해 4.5배가 증가했다. 더구나 상업시설과 공공문화시설, 민간문화시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골목길까지 상점 샵 쌈지형 판매시설 등 비주거시설의 증가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옥마을에서 돈을 번 음식점들이 주변의 집들을 사들여 음식점으로 확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사람이 살고 있는 온기(溫氣) 어린 한옥마을은 간데 없고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업시설만 넘쳐날 판이다. 한옥마을 본래의 정체성을 잃게 될 건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한옥마을은 경주시 교촌 한옥마을 등 전국적으로 10여 군데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차별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같은 상업화를 막기 위해서는 한옥마을내 부동산 거래를 자율규제하는 게 최선이다. 슬로시티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주민들이 나서 외부인의 부동산 거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게 좋은 사례다. 우리의 경우는 법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 대안으로 자율규제와 함께 한옥마을 등록제, 대표가옥 보존 및 DB 구축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여러 차례 이 난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옥마을내 차량진입을 전면 금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원칙 밑에서 조례를 제정, 주차문제를 풀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슬로시티의 취지에도 맞을 것이다.

 

전주시와 한옥마을 협의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