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하여 여러 대학에서 2011년도 등록금을 동결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정작 대학생들의 형편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등록금 못지않은 사교육비다. 사교육하면 대개 초·중·고등학생들이 정규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학습하는 것을 지칭하고, 정부의 사교육 대책도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 사교육 또한 만만찮다. 그 시장은 초·중·고등학생에 비하여 결코 작지 않으며, 사교육 없이 대학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다.
사교육 시장의 인기품목은 단연 어학이다. 특히 영어는 필수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토익, 토플 등의 공인영어시험 점수따기 경쟁에 돌입한다. 흔히 말하는 취업을 위한 '스펙(Specification)'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대학의 영어수업은 이런 시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각 대학마다 어학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나름대로 다양한 메뉴를 마련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그리 인기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 강의가 끝나면 학원으로 간다. 정규수업과의 병행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방학을 요긴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여유가 있다면 해외연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스펙에는 어학점수뿐만 아니라 전공 자격증도 필요하다. 4년간 교수들이 가르치는 전공수업을 충실히 들었건만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학원으로 가야 한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이런 기이한 상황이 어리둥절하지만 곧 취업을 위해서는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이 낫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공무원시험이나 국가고시, 교사 임용고시, 타 대학 편입에도 사교육은 필수적이다. 학원 한두 달 다녀서는 합격은 어림도 없다. 그러다보니 학원 다니기 위하여 1~2년씩 휴학하거나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고시학원에 다닌다. 의학대학원, 치의학대학원, 약학대학원, 법학대학원은 인기가 높다. 사교육 도움 없이는 이런 대학원에 입학이 어렵다. 이들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MEET, DEET, PEET라는 요상한 이름의 시험을 봐야 하는데 그 학원비는 대학 등록금 뺨친다.
캠퍼스에서 대학생 사교육은 당연시된다.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교육의 대부분은 대학이 책임져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한 것이다. 도대체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가르칠 것이 너무 많다보니 이런 것들은 사교육에 맡길 수밖에 없나? 그렇지 않다. 대학은 정작 기업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이제 대학은 상아탑의 고고함을 깨고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 청년들에게 공급해야 할 지식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정부도 이런 기이한 현상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교육 도움으로 교단에 선 선생님이 공교육에 충실하라고 외치는 모순은 개선되어야 한다.
엊그저께 전주에서 대학생 절도범이 붙잡혔다. 그는 지독히 가난했다. 사교육은 꿈도 못 꾼다. 그의 손에는 서점에서 훔친 영어책이 들려있었다. 과다한 사교육비는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가난 때문에 사교육 제대로 못 받아 그렇고 그런 대학에 왔는데, 들어오고 보니 어마어마한 사교육비가 또 앞을 가로막는 현실을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최연성 교수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보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계에서 한국전자통신학회 이사와 한국해양정보통신학회 감사·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IT융합분과위원장 등을 맡았다. 또 군산발전협의회 집행위원장과 군산시 국책사업추진단 홍보팀장·군산공항사랑시민모임 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했다.
/ 최연성(군산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