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나를 만든 것은 조국도 어머니도 아니다, 단지 내가 태어난 작은 마을의 초라한 도서관이었다"
빌 게이츠가 했던 유명한 말이다.
한 인간의 삶을 책 몇권 놓여있는 도서관이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웅변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도서관'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이다.
아니면 학교 숙제를 하기위해 찾아온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모습도 연상된다.
실제 도내 공공도서관에 가보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당장 눈앞에 놓인 각종 시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도서관은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부단히 자아실현을 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평생학습의 일환으로 재충전하려는 사람,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을 가릴 것 없이 저마다 뭔가를 추구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자치단체나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규모가 큰 공공도서관이나 마을에 소규모로 조성돼 운영중인 마을도서관· 작은도서관은 내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려면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가면 되듯, 자신의 사고와 삶의 태도를 바꾸려는 사람들을 만나려면 도서관에 가면 된다.
전주시 평화동 2가 동도미소드림 아파트에 있는 '미소뜰 도서관'은 전형적인 작은 도서관이다.
관리사무소와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독서문화 공간인 이곳은 지난해 전주시에서 가장 우수한 작은 도서관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008년 12월 오픈한 도서관이 도내 작은 도서관중 가장 짧은 시간에 지역주민들의 삶을 알토란처럼 채워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주시내 350여개 아파트 단지중 평화동 동도미소드림 아파트는 불과 541세대에 불과하지만 도서관으로는 최고다.
무려 5000여 권에 달하는 도서를 갖추고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문화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책 읽는데서 그치지 않고 가정의 달엔 독후감, 글짓기, 그림그리기를 주최하고, 영화를 관람하거나, 독서토론을 하기도 한다.
가정주부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자녀 교육도 시키고, 자신들도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강성희(49) 아파트 관리소장이 도서관 자원봉사단 권혜경(46) 회장과 손을 잡고 꾸려가고 있다.
'미소뜰 도서관'이란 멋진 이름은 초대회장이었던 김경옥씨가 항상 미소를 짓고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지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야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는 속담처럼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먼 미래를 위해 함께 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프로그램을 보면 장난이 아니다.
강금란씨가 단지내 영아와 유아를 대상으로 책읽어주는 도서관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정숙자씨가 주부를 대상으로 영어동화 읽기를 주도한다.
신지연씨는 퀼트(바느질) 교실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인건강체조교실을 운영한다.
도서관에서 만난 김현빈(대정초 4)·이은찬(대정초 4) 군은 "삼국지, 고주몽 등 만화책을 읽거나 초원에서 살아남기 등 과학책을 즐겨 읽는다"고 말했다.
김성근(대정초 4)군은 "도서관 도우미로 일하는 엄마와 저녁을 먹고 거의 매일 온다"며 "컴퓨터나 텔레비전은 일주일에 두번 정도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정초를 곧 졸업, 중학생이 된다는 황수라 양은 "요즘엔 자연관련 책을 주로 읽는다"며 "보고 싶은 책을 아무때나 꺼내서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강성희 아파트 관리소장은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자녀들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작은 도서관에 와서 한두시간씩 책 읽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