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맛있는 영화 골라서 보자

글러브 상하이 타운 등 볼거리 풍성

구정을 맞아 대거 개봉한 영화들 덕에 재미있는 영화 원 없이 봤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맛없는 법. 지난 1주일 사이 10편 정도의 영화를 보고 나니 체할 지경이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해준 많은 영화들 중에서 소화 가능한 맛있는 영화 몇 편을 꼽아보았다. 전체 관람가부터 청소년 관람불가까지 설을 즐겁게 해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나보자.

 

▲ 글러브(드라마/144분/ 전체 관람가)

 

야구를 좋아하는 집안 남자들 때문에 야구라면 적대감(?)을 갖는 여자 중 하나지만 '글러브'는 비단 남성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 장르가 드라마로 구분 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대한민국 프로야구 최고의 간판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김상남은(정재영) 음주폭행으로 위기를 맞는다. 그래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찾은 곳이 청각장애 야구부가 있는 충주섬심학교. 그 곳에서 임시 코치직을 맡게 된다. 그러나 잠시 시간 때우러 온 상남은 제대로 가르칠 생각 따윈 애초에 없었다. '안된다'는 말만 계속하던 그. 그러나 글러브만 끼면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며 울컥함을 느끼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줘야겠다 결심한다.

 

'글러브'는 보통의 스포츠 영화처럼 감동으로 끝을 맺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지난 2002년 창단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희망을 어떻게 성공으로 만드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뜻한 유머와 진중한 스토리, 사람 냄새가 나는 아기자기한 영화라 말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볼만한 영화다.

 

▲ 상하이(멜로, 스릴러/ 103분/ 15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영화들은 조금 지지부진했다. 여느 영화나 단점이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거나 소재나 스토리 전개의 진부함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래도 한 가지만 꼽으라면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단연 '상하이'다.

 

영화'상하이'는 진주만 공격의 새로운 시각이다. 진주만 공격은 1941년 12월 7일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을 일본군이 공격한 사건. 이때의 이야기를 담은'진주만'이라는 영화가 개봉 됐었기에 이미 본 관객이라면 비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는 진주만 공격이 있기 60일 전, 세계열강의 세력 다툼이 있었던 상하이에서 시작된다. 미 정보부 요원인 폴(존 쿠삭)은 의문의 죽음을 맞은 동료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기자로 위장해 상하이에 잠입하게 되고 조사 과정에서 강대국 간의 거대한 음모를 눈치 채게 되는데. 상하이 지하조직 삼합회 보스인 앤소니(주윤발)와 그의 매혹적인 아내 애나(공리), 그리고 비밀의 열쇠를 쥔 일본 정보부의 수장 다나카 대좌(와타나베 켄) 사이에서 전쟁을 막으려 하는 폴의 노력은 빛을 볼 수 있을까?

 

'진주만'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긴 했지만 '상하이'는 불륜 영화나 로맨스 영화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릴 듯싶다. 그래서 그 자체로 만족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괜찮겠지만 전쟁 영화의 '그 것'을 기대했다면 다분히 실망스러울 것. 그러나 공리나 주윤발, 와타나베 켄 같은 명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으니'미워도 다시 보게 되는'영화가 아닐 수 없다.

 

▲ 타운(범죄, 스릴러/ 124분/ 청소년 관람불가)

 

괜찮은 영화임에도 배급사고 관객이고 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것이 바로 이 영화 '타운'이다. '이렇게 홍보 했다면''관객이 이런 시각으로 봐줬다면'하는 엄마 마음이 자꾸만 들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더 신기한 것은 뻔 한 갱스터무비의 강도 이야기를 답습하는데도 재미있는 요소가 보인다는 것이다.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네가 갱스터 무비에 원래 후하다'라는 평을 내렸지만 만점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우호적인 시각으로 봐줄만한 영화다.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 몇 가지. 일단 대부분의 관객을 솔깃하게 만드는 '고감도 액션'이라든지 '숨막히는 스토리'는 접어 둬야한다. 이미 수많은 액션 영화나 미드(미국 드라마)를 통해 이 두 가지가 충족되는 이야기를 봐온 우리로선 '타운'으로 만족하긴 힘들다. 감독조차 그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촬영한 것이 아님을 관람 후에 느끼게 될 테니 오히려 스토리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다른 한 가지는'타운'의 감독 벤 에플렉이다. 배우로 더 유명한 그지만 '굿 윌 헌팅'의 공동 각본 자였으며 최연소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타운'은 그가 첫 메가폰을 잡은 작품. 각본을 맡으며 쌓은 그의 내공이 얼마나, 어떻게 발휘 되는지 장면, 장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벤 에플렉의 고향은 보스턴 남부, 영화의 배경 또한 보스턴이다.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선이나 현실이 고스란히 담긴 것. 낯설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