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거시기' 이문식 - 이경재

"참, 거시기하네." '거시기'라는 말처럼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표현도 없다. 말이나 글로 옮기기 힘든 상황 어디에 써도 서로가 소통할 수 있다는 데 큰 묘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라도 사투리로 잘못 알고 있지만 사전에 오른 표준어다. '말하는 도중에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아니할 때 그 이름 대신으로 내는 말'로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2003년, 영·호남 사투리를 극적으로 활용한 풍자사극 '황산벌'에서 계백의 "거시기하자"는 말 때문에 당시 '거시기'는 전국적 유행어가 됐다. 백제군들이 '거시기'를 사투리인 듯 반복해 사용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황산벌' 전투에서 백제 계백장군의 5000 결사대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 '거시기'다. 그가 8년만에 역사 코미디 '평양성'을 통해 돌아왔다. 배우 이문식(43)이 그 주인공이다.

 

민초 '거시기'는 삼국통일을 놓고 신라와 고구려가 펼치는 평양성 전투에 신라군으로 동원돼 억울하게도 군대 두번 끌려가게 되는 시련을 겪는다. 그에겐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전쟁터에서 절대 나대지 말것, 자세를 낮추고 오줌도 앉아서 쌀 것, 무조건 줄을 잘 설 것 등 세가지 생존법칙을 내걸고 무사히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국 고구려군의 포로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고구려 여인 갑순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만을 향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이문식은 완벽한 코믹연기, 동료들의 한을 대변하는 감정연기, 한 여인을 사랑하는 수줍은 마음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SBS드라마 '일지매'에서는 연기를 위해 멀쩡한 이빨을 뽑은 적도 있다. 연극계 후배들은 그를 두고 '목숨 걸듯 연기한다'고 한다.

 

그는 순창 출신이다. 촌스런 얼굴과 말투, 영락 없는 '촌놈'이다. 전주고(63회)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대학생 시절 데모에 참가해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가 코믹연기의 지존이 된 것은 순창과 전주의 토양적 배경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설 연휴를 겨냥한 '평양성'은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90% 이상 찍었다. 이문식은 전주시사회 때 "고향에서 좋은 출발이 돼야 전국적으로 뻗어나간다"며 많은 관람을 호소했다. 참, 거시기하지만 맛깔스런 조연 연기와 열의가 돋보여 이문식을 조명했다.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