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현재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2.85달러(3.2%) 급등한 배럴당 92.19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3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다.
이집트 소요사태가 인근 중동국가로 번질 경우 전 세계 석유 공급이 엄청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WTI는 이틀새 무려 8%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WTI에 투자하는 원유펀드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원유 관련 펀드는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평균 4.95%의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WTI 가격이 0.89% 오르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가파른 유가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펀드별로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WTI원유특별자산 1[WTI원유-파생](A)'이 -5.86%의 수익률로 가장 부진했다.
유가에 85~90% 연동하도록 설계됐다던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WTI원유특별자산자 2(원유-파생)(A)'도 -5.63%의 수익률을 기록, 실제로는 유가 상승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WTI 인덱스특별자산 1[원유_파생]종류C- 1'도 5.43%의 손실을 기록해 투자자들의 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원유 선물 만기 때 발생하는 '롤오버(만기연장) 효과' 때문이다.
원유 펀드들은 대체로 원유 선물에 투자하게 되는데, 보유한 선물이 만기가 다가오면 해당 선물을 팔고 아직 만기 여유가 남아 있는 다른 선물을 사는 과정에서원월물 가격이 더 비싼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롤오버 효과' 효과로 인해 유가와 실제 펀드 수익률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펀드애널리스트는 "원유펀드는 대부분 현물이 아닌 선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실제 현물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대박을 좇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분산투자나 자산배분 차원에서 원유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