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랩어카운트가 도입된 것은 오래됐다. 지난 2001년 초부터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2003년 10월부터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단계적으로 도입됐으나 한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최소 가입금액을 대폭 낮추고 매월 수십만 원씩 넣는 적립식 형태의 펀드랩 상품이 등장하면서 랩어카운트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앞 다퉈 여러 형태의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으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자문사형 랩이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자문사형 랩은 투자 조언을 해 주는 자문사와 실제 운용을 담당하는 증권사로 역할이 나눠져 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원칙에 충실하고 책임있는 운용에 있어 한계가 있다.
다행히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문사형 랩에서 벗어나 투자자 맞춤 서비스를 강화한 랩어카운트 상품이 등장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투자자의 라이프사이클을 반영한 재정설계 시스템을 추가하거나 자산배분,포트폴리오 등을 강화한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그동안 여러 차례 자산관리 서비스의 강화를 내놓았지만 번번이 유야무야 된 바 있다.
랩 어카운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의 영업 전반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막연한주가 예측을 근거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식이나 단기 고수익을 내세우며 팔고 보자는 식으로 영업을 한다면 증권사의 자산관리가 자리잡기 힘들 것이다. 자산관리는 결코 일정한 기간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산관리는 평생 해야 한다. 재무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한번 실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점검과 수정을 통해 각 재무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관리해 가는 과정이다. 투자자의 인생과 함께 하는 자산관리 방식이 자리 잡을 때 랩어카운트가 증권사의 새로운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민주영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