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은 바로 공부할 때 였어요."
일제시대와 6.25 동란을 겪으며 힘겹게 살아온 80세 할머니가 63년만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다.
배움의 끈을 놓은지 63년만에 중등교육을 이수한 만학도는 바로 오점녀(전주 평화동·80) 할머니.
오 할머니의 삶은 참으로 기구했다.
1932년 전주 덕진동에서 태어난 오 할머니는 풍남보통학교(초등학교)를 나왔지만 궁핍한 가정 형편때문에 학업을 접어야만 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방직 및 직조공장을 전전했던 오 할머니는 22살의 나이에 결혼, 슬하에 3남매를 뒀지만 그의 지긋지긋한 가난과 고난은 계속됐다.
남편은 결혼한지 20일만에 군대를 갔고, 시어머니는 6개월만에 자녀를 출산, 시아버지는 10개월만에 사망했다.
이후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식당일과 아파트 계단청소 등 돈이되는 일이라면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의 시련은 계속됐다.
출산한지 6개월된 큰 아들은 잘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숨졌고, 작은 딸은 시각장애 1급을 앓는 등 그녀의 삶은 험난하기만 했다.
이후에도 끊임 없이 가난과 고난은 늘상 오 할머니 곁에 붙어 다녔고, 그녀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세상을 살아왔다.
이러던중 오 할머니는 60세가 되던 해 인생의 큰 결정을 내리게 됐다.
불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남편과의 이별을 준비, 곧바로 집을 나와 전주 모 요양원에서 숙식, 환자들에게 식사를 지어주며 한 달 평균 30여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지내왔다.
70살 되던 해 남편과 법적으로 이혼한 오 할머니는 제 2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학력 열등감에 짓눌려 주위 사람들 몰래 가슴을 졸이며 살아온 오 할머니는 방송에서 교육의 시기를 놓친 여성들을 위한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오 할머니는 2008년 전북도립여중학교에 최고령자로 입학, 9일 전교생이 지켜보는 앞에서 '빛나는 졸업장'과 개근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며 그간 복받친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오 할머니는 "꿈을 갖는 데 나이를 신경쓰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늦게 시작한 공부이기에 더 열심히 노력하고 대학까지 입학해 못다 이룬 꿈을 펼쳐 내겠다"고 말했다.
오 할머니는 이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복 받은 사람들로 세상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춥고 헐벗고 어려운 생활을 지내왔지만 요즘처럼(학교 다니는 시간) 행복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립여중고는 지난 1998년 3년제 정규 평생교육 인가시설로 전국에서 최초로 전주에 설립, 이날 열린 졸업식에서는 중학생 32명, 고등학생 40명 등 72명이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