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라푼젤- 사랑을 위해 가출 감행

생동감 넘치는 3D '21세기 라푼젤'이 온다

▲ 라푼젤(애니메이션, 판타지/ 100분/전체관람가)

 

보통 남자들의 로망이라 하면 예쁜 얼굴에 날씬한 몸매, 그리고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윤기나는 긴 머리'다. 곱슬머리를 타고난지라 그 로망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는 탓에 어린 시절부터 선망의 대상이 동화 속 라푼젤. 타의로 탑에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만 빼면 나약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바라던 인물 1순위였다. 이렇게 책으로만 볼 수 있던 그녀가 영화로, 더욱이 3D로 제작돼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반짝이는 금발 머리'휘날리며 왕자와 뜨거운 사랑을 위해 급기야 탑을 가출(?)하는 21세기 라푼젤을 만나보자.

 

라푼젤을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처럼 전체 스토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원작 이야기부터 했으면 한다. 라푼젤은 웬만한 동화는 다 썼다는 그림 형제의 작품. 라푼젤을 임신한 그녀의 엄마, 어느 날 마녀의 정원에 있는 상추가 먹고 싶다고 남편을 종용한다. 무섭지만 아내를 위해 몰래 상추를 훔치려던 라푼젤의 아빠는 마녀에게 걸리게 되고 마녀는 그들의 첫 아이를 달라고 요구한다. 이 얼토당토 안은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승낙한 아빠. 결국 라푼젤이 태어나자 마녀에게 뺏기게 되고 라푼젤은 출구 하나 없는 탑에 살게 된다. 영화와 원작은 시작부터 조금 차이를 두고 있다. 동화에서의 라푼젤 엄마가 상추를 찾았다면 애니메이션에서 그녀의 엄마는 임신 중에 위독한 상태가 되고 병을 위한 마법의 꽃을 찾는 것. 그리고 마법의 꽃을 먹고 낳은 아이가 라푼젤이며 이로 인해 영화에서의 라푼젤(맨디 무어)은 머리카락에 신비한 힘을 가지게 됐다는 설정이다. 자신의 꽃을 빼긴 고델은 화가 난 나머지 라푼젤을 납치하고 높은 탑 안에 가둬 놓을 채 18년을 살게 한다. 라푼젤은 고델을 친엄마라 믿으며 탑 안에 갇혀 사는 삶이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엄마의 보호 탓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단 하나의 꿈은 꼭 한번 탑 밖으로 나가 등불 축제를 보는 것. 어느 날 그녀의 탑에 침입한 왕국 최고의 도둑 라이더(재커리 레비)를 한방에 잡은 라푼젤은 그를 협박해 꿈에 그리던 바깥 구경을 단행한다. 이들의 가출 사건에 여러 다른 일들이 더해지면서 여정은 더 험난해지고 가짜엄마 고델의 음모도 점점 얽히고설키는데.

 

그동안 드림윅스나 픽사에 숨죽이고 있던 디즈니가 새로운 애니메이션 '라푼젤'로 돌아왔다. 사실 3D 영화하면 픽사를 떠올리게 되는지라 '라푼젤' 또한 2D로 관람하려고 했다. 결과로 얘기하자면 나라가 망하는 이유가 아니고선 3D관람을 할 것. 라푼젤의 머리카락이 이렇게 탐스럽고 사랑스러운지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일 테니 말이다. 미묘한 색 차이와 각도 차이로 보이는 생동감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일단 그래픽은 합격점이다. 여기에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이 더 특별한 것은 그들이 만들었던 '미녀와 야수'나 '알라딘'에 담긴 따뜻한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 어린시절을 지켜주던 동화처럼 푸근함이 살아있다. 또한 다분히 '디즈니스러운' 뮤지컬 구성도 빠뜨릴 수 없는 장점이다. 오히려 '라푼젤'은 전작들보다 더 노래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생동감 넘친다. 고전원작과 3D기술의 만남으로 클래식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될 영화 라푼젤.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있다고 라푼젤은 말한다. 역시 여자는 머리빨(?)이 중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