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비체어의 숨은 맛집 리포트] (28)군산 옥산면 '향촌국수'

알려주고 싶지 않은 내공있는 국숫집

군산시 옥산면 '향촌국수'의 비빔국수(좌)와 물국수. (desk@jjan.kr)

▲ 전라도 사람은 입맛도 삐딱하다?

 

맛 전문가 사이에서 심심찮게 거론되는 말이 있다. '전라도 사람에게 맛집을 추천하는 건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라는 것. 자신들의 어머니 손맛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식 전문 기자가 없는 유일한 곳이 전라도라고 한다.

 

전북과 전남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특히 수도권 사람들에겐 이상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나 또한 일품(한 가지) 요리 중심인 전남 쪽 음식을 '간간하고 비리다'고 폄하(?)하던 시절이 있었다. 또 맛집 관련 기사는 절반도 믿지 않았다.

 

지금도 직접 확인하지 않은 기사나 인터넷 정보는 여전히 믿지 않으며,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자극적인 음식은 되도록 피한다. 그러나 다른 고장 음식을 섣불리 평가하기보다는 먼저 예를 갖추고 지방색을 경험한다는 차원에서 겸손히 접근하려 한다.

 

▲ 알려주고 싶지 않은 국숫집

 

작년 봄 군산시 옥산면에 문을 연 '향촌국수'는 보호예수(증권예탁원이나 증권회사가 고객의 유가증권을 안전하게 별도로 보관하는 제도) 기간 중인 주식처럼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내공 있는 국숫집이다.

 

메뉴는 물국수·비빔국수·만두가 전부이나,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질 좋은 멸치와 콩나물로 우려낸 맑고 시원한 물국수와 직접 담근 매실 원액이 첨가된 적당히 맵고 개운한 비빔 소스가 일품인 곳이다.

 

"면은 직접 만드시나요?"

 

"그냥 유명 제분사 면을 사용합니다."('향촌국수' 주인장)

 

처음엔 요즘 외식업에서 당연한 덕목으로 자리 잡은 희소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면발이 아니란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재미있고 깊이 있는 '스펙'(specification·평가 요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주인장은 해마다 '정안사'에서 주지스님과 신도들과 함께 인근 농가에서 생산한 콩으로 된장과 고추장을 담근다. 물론 '향촌국수'에 쓰이는 장류 일부는 판매도 하지만, 농민들을 위한 소비를 더 중요시한다.

 

가게 한 켠 주전자에 담긴 녹차·뽕잎차·연잎차·구절초차·엉겅퀴차 등은 인근 '정안사' 텃밭에서 주지스님이 재배한 차나무와 약초를 쓴다. 자연이 잘 보존된 청암산 구불길은 차의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군산 옥산면에서 회현면으로 이어지는 옥산저수지(군산저수지) 부근 산책로와 등산로는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묶였던 탓에 자연 생태계 탐방지로도 제격이다. '향촌국수'란 상호는 고향의 맛을 구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자는 의미로 지어졌으며, "불심(佛心)이 가까운 곳에 '생활 공간'을 열고 싶었다"는 문예심 씨(52) 가족이 운영한다.

 

▲ 메뉴: 물국수 3000원, 비빔국수 3500원, 만두 2000원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명절 당일은 휴무)

 

▲ 주소: 군산시 옥산면 옥산리 67-4 (옥산 파출소 앞)

 

▲ 전화: 063-461-8111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