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파업 70일을 넘겼다. 처음엔 며칠 참으면 되는 일로 알았는데 연말을 넘겨 이제 봄을 앞두고 있다. 유별난 엄동설한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가장 고통 받은 이는 학생, 노인과 주부 등 교통약자이다. 물론 명절을 낀 두 달간 생활비 없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버스노동자들도 몸이 시리다. 다 우리 이웃들이다. 아프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두 달을 넘긴 지금도 해결의 전망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전세버스도 행락객을 찾아 갈 것이고 개학으로 버스 수요는 배가될 터인데 대치국면만 고조되면서 곧 터질 풍선처럼 뭔가 정점을 향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다.
버스파업은 기본적으로 노사문제이니, 바깥에서 별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노사의 불법행위는 별도로 처리할 수 있지만 사태를 해결할 유효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무한정 양자의 선의와 양식을 촉구할 뿐 방법이 없는 문제인가. 원래 파업이라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측이 사용자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이고 기업주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비용이 타협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커지기 전에 노사협상으로 이를 수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버스 같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사업장은 그 공공성 때문에 행정이 나서서 대체버스를 투입하고 인력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주가 경영 압력을 받아 적극적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막대한 보조금이 보여주듯 평소에도 민간 사업주에 대한 혜택을 보장하는 데 비해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한 것이 현실임에도 대항수단은 마땅치 않다. 더하여 파업이 일어나면 행정이 나서서 대처해주는 상황에서 시일을 끌면 대체로 노동 측에 시민의 불만이 쌓이게 되니 파업의 결과는 대부분 노동 측의 사회적 힘의 한계만 확인하고 끝나기 쉽다. 그 때문에 파업이 길어질수록 노동자들은 절망적 심정으로 격하게 나오기 마련이다.
민간기업 영역을 넘어서 소중한 세금이 투여되며 시민 다수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런 공공영역의 파업에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적극 개입해서 사태를 빠른 시일 내에 매듭지어야 한다. 그 출발은 버스파업을 단순 노사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중단이라는 중대 사태로 보고 단기적, 장기적 해법을 내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노사 양쪽의 최대한 양보 가능한 주장을 바탕으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주체들과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들이 사회적 보증을 하는 방법으로 일단 파업을 해결하되 장기적으로는 버스문제를 공공성의 관점에서 해결하기로 하는 것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 85조(면허취소) 1항 2호(사업경영의 불확실, 자산상태의 현저한 불량, 그 밖의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여 국민의 교통편의를 해치는 경우)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면 전주시가 사업주를 압박하고 노조를 설득할 경로는 얼마든지 있다.
버스사업은 시장경제 원리를 넘어 공공적 재정이 충분히 투자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종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또한 제대로 보장이 되는 쪽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다. 버스업계의 구조적 문제 파악은 일단 전주시의회 버스특위가 출범했으니 그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가져가 중장기적 논의의 단초로 삼았으면 싶다. 장기적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는 버스공영화는 우리 대중교통정책의 대전환을 전제로 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재원, 교통망의 재배치 등 큰 변화를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꼼꼼하게 따지며 하나씩 준비하며 가는 게 옳을 것이다.
70일을 넘긴 버스파업. 시민들의 발이 길게 편안할 수 있도록 이번의 아픈 경험을 잘 해결하여 두고두고 약으로 삼는 모두의 지혜와 양보가 절실한 때다. 분쟁의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를 먹여 살리는 버스업의 고객이 누구인가. 자치단체장을 뽑아주고 유력한 정치인들을 세워준 사람이 누구인가. 당신들이 평소에 왕이라고 모시던 전주시민이 지금 가장 추운 곳에서 덜덜 떨며 이를 갈고 있다.
/ 이재규 ('희망과대안 전북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