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LH분산 배치에 대하여

류정수(토목기술사·청렴옴부즈만)

통합과 분산이 어렵다. 어떤 것은 합치고 어느 것은 나눠야 힘이 생기는데 무엇을 합치고 무엇을 나눠야 하는지 선택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에 따른 갈등의 해소는 더욱 어렵다.

 

철도청은 기차를 운행하고 관리하는 철도공사와 터널을 뚫고 교량을 설치하는 시설을 만드는 철도시설공단으로 나눴는데 청렴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몇 년째 각종 상을 수상하고 있어 대체적으로 분리한 것이 잘했다고 평가받는다.

 

토지개발공사와 주택공사를 묶어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만들었다. 통합 전에는 두 회사의 빚이 80여조 원이었는데 통합 후에는 100조 원을 넘어섰다. 이에 대한 이자만 1년에 수조 원이고, 하루 이자만 수백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통합하지 않았으면 한 회사라도 살릴 수 있었는데 통합으로 둘 다 망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토지개발공사와 주택공사가 합해지기 전에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토지개발공사는 전북으로 이전하고, 주택공사는 경남으로 이전하기로 계획했었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되는 바람에 그 본사를 어느 곳에 두느냐 하는 것이 각 지역의 현안이 되었다. 해당 부처의 주무 장관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한 상태로 장수하고 있고, 정부를 이끄는 국무총리는 전북을 방문해 원론적인 발언만 하고 갔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분산 배치가 국가적으로 올바른 일인가? 한 회사를 한 곳에 두고 날마다 궁리를 해도 회사가 살아날까 말까하는 판에 한 회사를 지리적으로 가깝지도 않은 두 곳으로 분산 배치한다면 그것이 진정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필자가 그 회사의 책임자라면 시험실이나 연구소를 나눠주는 형식적인 분산 배치는 가능할 지 몰라도 진정한 분산 배치는 반대할 것 같다. 만약 분산 배치가 바르지 않은 일이라면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밤을 새워서라도 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총리도 주무 장관도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도지사는 도민을 담보로 갈등을 증폭시키기만 한다면 그에 따른 국가적 손실은 몽땅 백성이 지게 된다. LH를 분산 배치하지 않고 전부 유치하기가 어려우면 도지사가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대통령과 협의하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얻어내 도민을 설득해야 한다.

 

올바른 정책은 내일을 바라보고 나가야 한다. 모두 자기중심적이면 나라의 장래가 어둡게 된다. 혹 욕먹는 일이 생긴다 해도 사심 없이 일해야 국민이 잘 살 수 있다.

 

/ 류정수(토목기술사·청렴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