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뮤지컬 '넌센스'·연극 '엄마를 부탁해' 전주 찾는다

배꼽 빠지게 웃거나 가슴 터지게 울거나

국내 공연계에서 강력한 티켓 파워를 보여주는 두 공연이 전주를 찾는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로 웃음이 '팡팡' 터지는 뮤지컬'넌센스'와 가슴 울리는 엄마 이야기 연극'엄마를 부탁해'다.

 

 

▲ 뮤지컬 넌센스

 

19~20일 오후 4·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올리는 뮤지컬 '넌센스'에는 남다른 웃음 코드가 있다. 화려한 무대 장식과 현란한 장면 전환도 없다. 유쾌한 다섯 수녀가 식중독으로 숨진 동료 수녀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한 공연을 준비한다는 게 전부. 하지만 '기 센' 여배우 다섯이 무대를 들었다 놨다 한다.

 

 

탄탄한 이야기와 개성 있는 출연진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시종일관 긴장감을 준다. 박정희(원장 수녀), 이혜진(허버트 수녀), 김보라(로버트앤 수녀), 송희영(엠네지아 수녀), 임현빈(레오 수녀)의 좌충우돌 이야기. 원장 수녀의 망가지는 춤, 허버트 수녀의 힘있는 가창력, 엠네지아의 엉뚱하고 귀여운 연기, 로버트 앤의 변화무쌍한 특기, 예비수녀 메리 레오의 꿈이 있는 발레까지 관객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국내 뮤지컬 사상 8000회 공연을 돌파한 이 공연은 1991년 초연을 시작으로 공연 때마다 관객 점유율 90%를 넘었고, 관객 동원(250만 명), 최장기 공연기록, 최고 흥행기록 등 숱한 국내 공연 기록들을 깨면서 한국 대중 뮤지컬의 역사를 다시 썼다. 박정자, 윤석화, 양희경, 하희라, 신애라 등 지금까지 국내 유명 여배우들은 다 이곳을 거쳤다.

 

수동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들도 깜짝 놀라게 될 듯. 수녀들은 시끌벅적 관객들 사이에 깜짝 등장을 하기도 하고, 주인공 모두가 나와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늘 최고의 무대는 관객들이 만들어간다는 철학에 바탕을 둔 공연이다. 황주연기자 jy1960@

 

▲ 연극 '엄마를 부탁해'

 

19일 오후 3·7시, 20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정읍이 배출한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 째다'로 시작된다. 실종된 엄마를 아들, 딸, 남편이 찾아나서며 각자 엄마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태어난 기쁨도, 소녀 시절도 꿈도 잊은 채 초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혼을 해 다섯 아이를 낳고 그 자식들이 성장하는 동안 점점 사라진 여인.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여인. 너는 엄마와 너를 견주어보았다…."

 

한 여자가 엄마가 되면 '나'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 행방불명 된 엄마를 찾지 못한 딸이 여행을 떠나는 소설 속 장면. 희생과 헌신으로 굴곡진 엄마를 섬세하게 빚어낸 이 작품은 무대에서도 빛을 발한다. 작가 역시 "글을 쓸 때는 몰랐다. 읽다 보니 소설 속 상황이 바로 내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누군가의 딸이고, 엄마인 관객들은 하릴없이 고개를 떨구게 된다.

 

주식회사 공연마루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지난해 흥행은 성공했지만, 작품성은 부족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배우·연출·무대미술 등을 바꿔 관객들과 다시 만나는 자리. 배우 손 숙이 '너무 가까이 있어 잊어버리기 쉬운 존재'인 엄마를 연기한다. 배우 김여진이 큰 딸을 맡는다. 연출(심재찬)과 무대미술(하성옥)의 변화도 기대된다.

 

경제 위기 속에 모성애를 갈망하는 시대상에 잘 맞았다는 평가. 어찌보면 '엄마'라는 친근한 호칭에는 '나 좀 돌봐줘'라는 호소가 배어 있는 게 아닐까.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엄마를 위한 최고의 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