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술한 산재 대응체계에 눈감을 건가

전북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산재)가 전국적으로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치료나 예방체계는 민망할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반듯한 전문병원은 물론 직업병 감시체계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러고도 선진적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는지 참담한 심정이 앞선다.

 

도의회 이현주 의원이 엊그제 임시회에서 "전북지역 산재건수가 2007년 3,256건에서 2008년 3,630건, 2009년 4,117건으로 3년 사이 1,000명이 늘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재해율 기준으로 보면 전국 대비 최고 수준이다. 2009년의 경우 1%로서 강원에 이어 전국평균(0.7%)을 웃돌고 있다.

 

그런데도 산재전문병원이 없어 재해를 당한 근로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 등 외지로 원정길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산업안전보건기관 3곳 가운데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가 지난해 사업을 포기하고, 전주예수병원 산업보건센터도 운영난으로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산업보건센터만 역할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산재는 어제와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산재의 진짜 심각성은 노동자의 삶이 걸려 있는데도 이처럼 사회적으로 무신경하다는 점이다. 산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데는 노동자의 안전을 경시하는 사업주의 책임이 크다. 2009년 전국 통계를 보면 산재 발생의 93.4%, 산재 사망자의 83.2%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영세하다는 이유로 재해발생에 소홀하고, 당국의 관리감독 또한 허술하다는 의미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산업안전보건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기로 결정했다. 지금부터라도 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현장도 안전불감증을 벗어나야 한다. 산재 예방에 관한 이론으로 '하인리히(Heinrich) 법칙'이란 게 있다. 하나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사소한 증상들이 수없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근로자는 기업의 소중한 인적자원이다. 산재로 인한 피해도 경제선진국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엄청나다. 이제 위험한 일터가 만든 비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업주와 노동당국은 획기적인 산재예방에 눈을 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