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분이 필자에게 이메일을 보낸 후 예수병원 계좌에 천만원을 입금했다. 이 메일은 '기쁜 마음으로 하나를 내려놓습니다'로 시작됐다. 이분은 26년 전인 1985년에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예수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았지만 너무 가난해서 병원비를 낼 수가 없었다. 그는 당시에 '아버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꼭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라고 예수병원에 보낸 편지에 쓴 자신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우리사회의 인지상정이고, 그 당시는 모두가 어렵고 너무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필자는 오래 전에 받은 혜택을 마음에 간직하고 2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몇 갑절의 감동으로 되돌려 준 지극한 마음씨에 눈시울이 뜨거워 졌고 그 깊은 뜻이 가슴에 긴 여운으로 남았다. 만연한 개인주의와 삭막한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이 사연을 접하면서 기업과 고객의 서로 주고받는 충성도인 상호 '로열티(loyalty)'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소비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글로벌 정보화사회의 기업은 다양한 공중과 선의와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의 신지행 33훈에 '고객 서비스는 마음에서 우러나야 한다. 국민 모두 삼성하면 국민기업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마음속에 스며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활동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 과정의 출발은 대화를 통한 공감이며 최종 목적지는 상호 호혜적 로열티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업이 고객에게 혜택을 줄 때 고객 로열티가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로열티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는 수직적 개념에서 수평적 개념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고객과 기업이 서로 돕는 관계 속의 수평적 로열티가 필요한 시대다. 이 로열티는 기업에 수직적 개념의 로열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경쟁력을 줄 것이다.
대화와 공감은 상호 호혜적 로열티를 만드는 첫 단계다. 고객과 수평적 관계 속에서 진심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상호 호혜적인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의 매뉴얼에 의한 불특정 다수와 비인격적, 일방적인 대화가 아닌 고객과 꾸준한 접촉을 통한 인격적, 수평적, 실시간 의사소통으로 고객과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고객들은 기업의 이벤트성 행사보다 직접적인 대화를 원한다. 대화를 통한 공감은 곧 기업이 고객에게 로열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대화가 이루어지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대화와 소통 없는 관계는 사상누각이나 다름이 없다. 기업이 고객에게 로열티를 보일 때 고객도 기업에 로열티를 보여줄 것이다.
고객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고객과 같은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키사 창립자인 필 나이트는 육상선수의 체험을 살린 기능적 운동화로 사업의 기초를 다졌다. 기업은 고객의 입장에 서서 진심을 담아 대화하고 소통하며 공감해야 하고 자신의 기업문화가 고객과의 대화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화의 주체는 사람이며 기업이나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객들은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이해한 직원을 통해 그 인격과 감성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진보된 수평적 개념의 호혜적 로열티를 실천해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신 그 분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필자 또한 세월을 뛰어 넘는 상호 호혜적 로열티를 통한 깊은 신뢰와 고객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노력에 대한 성찰을 다짐해 본다.
/ 권창영 (전주 예수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