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 땅을 밟을 당시만 해도 나는 사업을 생각하지 않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미 간 과학기술 수준 격차가 너무 커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과학 기술 경쟁력을 가진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장학금을 받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시카고에 소재한 노스웨스턴 대학은 실용학문 분야가 매우 강한 미국 주요 명문대학이다.
내가 선택한 학위논문 연구주제는 암보다도 더 걸리기 싫은 병이라고 생각한 치매의 병인 규명이었다.
실험용 쥐의 대뇌를 수백 번 해부하는 실험들을 기꺼이 할 만큼 매우 매력적인 프로젝트였다.
당시 첫 아이를 임신하고도 하루도 쉬지 않고 실험실에서 연구하다가 회의 도중 아이를 출산하러 병원으로 갔을 정도였다.
나는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들이 왜 죽어가는지에 대한 여러 가설들을 테스트한 결과 올리고머릭 에이베타라는 두뇌 펩타이드의 선택적 신경세포 독성을 세계 최초로 밝히는 연구성과를 거두는 등 미국유학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이러한 노스웨스턴 대학 분위기에서 공부하다 보니 나는 벤처기업 창업에 대한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미국에서 정말 능력 있는 사람들은 대학교수로 가기보다는 벤처기업 창업에 관심이 갖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실제로 창업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업에 대해 점점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부에서 얻어지는 개인의 만족감을 위한 연구보다는 실제로 이 사회에 바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와 사업화가 더 큰 매력으로 느껴지게 된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