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구제역,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

지난해 11월 29일 안동에서 처음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된 구제역은 우리 축산업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지금까지 전국 150여곳에서 발생해 소와 돼지 35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또 12월 29일부터 발생한 AI로 인해 닭과 오리도 600만 수가 땅에 묻혔다. 이로 인한 농가의 직접 피해액만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 제한에 따른 지역경제의 침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피해까지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히 재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와같은 가축 전염병이 언제 또 발생할 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은 지구촌시대다. 하루에도 수만 명의 내·외국인이 공항을 오가고 있고, 수백만 톤의 물량이 세계 곳곳을 넘나들고 있다. 어디서 어떤 전염병이 또다시 유입될 지 알 수 없다. 그런만큼 이번과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차제에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를 잃었을지언정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축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가축 전염병은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하루 24시간, 365일 빈틈없는 상시검역 시스템을 구축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역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농식품부 산하에 식품검역안전청을 설립해 현재 농산물품질관리원, 수의과학검역원, 식물검역원, 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 분산되어 있는 4개기관을 통합해서 일관되고 체계적인 검역검사를 해야 한다. 국경에서 농장까지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원화된 일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축산업등록제를 강화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축산업의 주체는 축산농가요, 전염병 예방 및 방역의 일차적 책임 또한 축산농가에 있다. 등록제를 강화해서 축산농가의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하고 농장관리를 체계화하면 예방과 방역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방역교육을 철저히하여 모든 조건을 등록제에 담아내야 한다. 그렇게 하여 등록조건에 맞춰 등록필증을 받지 못하면 보상및 행정지원 정책지원을 금지하는 것으로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염병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초동방역이 중요하다. 초기에 제대로 방역하지 못하면 확산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의 재앙 또한 초동방역의 미흡이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초동방역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전문 방역단을 육성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지자체 행정 중심의 방역시스템으로는 여러 모로 미흡하다. 군의 화생방 부대 내에 바이러스 긴급 방역단을 설치하여 발생시 관·경과 합동으로 긴급 방역체계를 구축, 현장에 신속히 투입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매몰 중심의 사후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규모 물량을 긴급히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살처분 가축의 매몰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노출된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침출수 발생으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는 국민들에게 또다른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환경오염 대책이 포함된 신기술을 개발해 매몰처리를 대체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환경오염에 따른 이상기온 등으로 인해 앞으로 구제역이나 AI 같은 가축 전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만큼 차제에 범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번 재앙의 교훈을 되새기는 길이요, 우리 축산업이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언급한 내용들이 그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