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강준만 교수 '룸살롱 공화국'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출간

부끄러운 한국, 발가벗기다

'4월 24일 오전 경기 분당경찰서에 많은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한풍현 분당경찰서장이 장자연 씨 자살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략) 이 가운데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고인의 소속사 대표 김성훈 씨와 불구속 입건된 장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씨 등 기획사 대표 2명을 제외하면 '유력 인사'는 모두 8명이었다. 하지만 유력 인사는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다.' (p 211)

 

'가짜 장자연 리스트'로 한국 사회가 또다시 발칵 뒤집어졌다. 편지는 가짜여도 재수사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음주 공화국' '접대 공화국'인 동시에 '칸막이 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현실. 강준만 전북대 교수(55)가 펴낸 「룸살롱 공화국」(인물과 사상사)은 룸살롱을 통해 한국 사회의 폐부를 해부한 책이다.

 

강 교수는 1인당 최소 수십만 원이 드는 '접대'를 관행으로 여기는 한국은 은밀한 접대를 칸막이로 우아하게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엔 정당, 국회, 검찰 등과 같은 공식적인 제도와 기구보다는 룸살롱에 대한 연구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해방 정국의 요정 정치 시대부터 2010년 검찰 스폰서 폭로까지 우리도 몰랐던 룸살롱의 변천사(?)를 통해 정치·경제·문화 발전사를 따라간다. 4·19 혁명과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주동 세력이 룸살롱의 세력이 됐다가 1980년대 후반 밀실 권력과 지하 경제의 무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부끄러운' 키워드.

 

룸살롱 문화, 칸막이 문화를 없애기는 어려운 걸까. 저자는 조직 평가 시스템이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가 시스템의 개선 없이 칸막이 문화만을 개혁 대상으로 삼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새로운 한국학'을 제안한다. 신간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인물과 사상사)을 통해서다. '민족성·국민성 담론을 조심스럽고 슬기롭게 쓰면서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자'는 취지다.

 

그는 빨리빨리, 아파트, 자동차, 장례, 전화, 대학, 영어, 피(혈서), 간판등 9가지 키워드를 통해 한국사회의 명암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한국인의 유별난 '빨리빨리'는 일극주의, 군사주의, 수출주의, 평등주의, 각개약진주의가 이끄는 동시에 강화시켰다고 분석한다. "너도 하면 나도 하겠다"는 평등을 거부하는 계급이 빨리빨리 경쟁을 부추겼다는 것. 이들은 고급 아파트, 비싼 차, 고급 휴대전화, 유창한 영어로 자신이 남과 다름을 증명해야 직성이 풀린다.

 

'손안의 PC'라 불리는 스마트폰 출현은 휴대전화 구별 짓기의 단면. 아이폰을 모르면 '왕따'가 되는 분위기다. 중·장년층에서도 시대에 뒤쳐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스마트폰 포비아'까지 생겨났다. 아이러니한 것은 "스마트폰이 생활에 변화를 줄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가"하는 질문에 51.7%가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김재섭, 2010년7월20일).

 

흥미로운 대목은 장례의 문화다. '3·11 일본 대지진 '을 보면서 세계가 경악했던 것은 처참한 현실에 대응하는 일본인의 자세였다. 저자는 심하다 싶을 만큼 극도의 슬픔을 자제하는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억눌림의 폭발'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장례는 망자의 죽음에 대한 감정을 발산하고 더 나아가 그간 축적된 억눌림을 폭발시키면서도 현세주의적 낙관주의로 축제 분위기를 감돌게 하며, 그 과정에서 인맥투쟁을 전개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다.

 

결국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소통하는 대한민국일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한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 지 그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옳건 그르건, 그 누구도 완승은 가능하지 않고, 누가 이기건 승자 독식주의는 나라를 망치는 짓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