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백두산과 북한 - 장세균

북한이 느닷없이 지난 17일 백두산 화산 문제를 남측과 협의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백두산은 애국가에도 나오듯, 우리 민족의 성산(聖山)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후지산 폭발 가능성 주장도 일본 대지진과 더불어 제기되었다. 역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도 심심찮게 대두된 바 있다.

 

인간의 지혜가 몇 억 광년의 거리에 있는 행성의 위치도 알 정도이지만 우리가 딛고 있는 지구밑의 사정은 의외로 잘 모르는 것 같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그 폭발 시기에 대해서는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백두산 분화 기록이 선조 30년, 현종 9년, 숙종 28년에 있다. 화산폭발의 재앙은 엄청나서 기원후 이탈리아 베수비오스 화산 폭발로 폼베이 도시가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과거, 백두산 폭발의 위력도 대단하여 아오모리 ,아키타 ,이와테 등 일본의 도호꾸 지방이나 핫코다 산지와 같은 산악지대 또는 삿뽀로 ,하코다테 무카와 등 홋카이도의 광활한 어느 지역에서도 백두산 화산재가 발견된다고 한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그 인근 지역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편서풍을 따라 화산재가 일본으로 날아가 그쪽에 피해를 줄 것이다.

 

북한에는 두 개의 큰 명절이 있는데 하나는 4월 15일로 김일성 생일이고 다른 하나는 2월 16일로 김정일 생일이라고 한다. 이번에 새로 발행된 북한 화폐 2000원권에는 김정일 생가(生家)가, 그리고 1000원권에는 김정일 생모의 생가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김정일 생가는 백두산 밀영에 있는데 삼지연에서 30km 떨어진 곳으로 정일봉 밑에 있다고 한다. 김정일이 사실상 태어난 곳은 러시아 하바로프스크라는 유력한 설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고자 김정일 생가를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으로 옮겼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김정일 생가를 주체사상의 학습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백두산이 폭발하면 김정일의 생가 역시 피해를 볼 것이고, 이렇게 되면 김정일 생가의 신성성(神聖性)은 백두산 폭발과 더불어 공중분해 되는 것이 아닌가. 화산 폭발은 인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법이다.

 

/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