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문가들이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정부가 금리 인상보단 환율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중동발 악재에 이어 일본 대지진 사태까지 겹쳐 3월 소비자 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물가억제정책으로서 금리보다는 '환율카드'가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세를 얻어가고 있다.
◇ "금리 올려선 물가 못잡아"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대신 환율 하락을 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이날 한 세미나에 강사로 나서 "금리를 잘 못 올리면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2003년 가계대출 파동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금리를 올릴 수도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본인이라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환율을선택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을 내리면 수출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높은 환율과 낮은 금리로 수출을 상당히 많이 했고 이익도 많아서 견딜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화강세(환율 하락)에도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견조한 모습을 보인 바있다.
2007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929원이었는데 당시 우리나라의 무역흑자 규모는 371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2007년보다 227원 이상 높은 1,156.26원을 기록했지만,무역흑자는 417억달러 수준이었다.
원화강세가 무역수지 흑자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도 최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고환율정책으로 수출대기업은 대규모의 이익을 창출했으나, 내수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은수입물가 상승으로 부담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환율 수준을 적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잡으려다가는 서민 경제만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 이의원이 주장이다.
2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5% 올랐다.
1월에 4.1% 오른 데 이어2개월 연속 한국은행 물가 관리 상한선(4%)을 웃돌았다.
지난해 11월과 올 1월, 3월 한은은 각각 0.25%포인트씩 징검다리로 기준금리를인상했지만 물가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 "환율 하락, 물가 안정에 도움"그렇다면, 환율을 떨어뜨리면 물가 안정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한은 분석에 따르면 환율의 파급력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제유가의 4배가량에 달하고 있다.
또 환율은 수입물가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파급속도 역시물가변수 중에 빠른 편에 속한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1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유가와 원자재, 환율 등이1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이 0.8%포인트, 유가 0.2%포인트,기타원자재가격 0.1%포인트 순이었다.
환율이 오르면 원유와 원당, 원면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를 사용하는 공산품의 가격도 동반 상승할 뿐 아니라 기계류 등 수입 완제품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가 오르면 물가의 속성상 수입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국산품이나 농산물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면 우선 수입물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중앙은행이환율 하락을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리와 마찬가지로 환율이란 가격 변수 역시경제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물가 이슈 하나만 보고 환율 정책을 운영할 순없다"고 말했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18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물가안정 대책회의에서 "일본 대지진에 따른 환율 변동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G7 회의에서 각국이 국제 환율 안정에 합의하면서 국제 공조가 긴밀히 이뤄졌으므로 환율 변동으로 인한 물가 영향은 우려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공포 등으로 3월 환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환율은 1,120원대에서 한때 1,140원선을 넘나들기도 했다.
따라서 3월 소비자물가는 1월과 2월에 이어 4%선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촉발된 국내 물가상승 압력은 금리보다 환율 가격을 조정해 해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3월 소비자물가가 4%대 후반 또는 5%선 수준까지 올라서면 이에 대한 대책으로 환율과 금리,재정정책 등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정부는)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일본 대지진 당시 1,122원선에서 거래됐으나, 원전악재가 겹치며 지난 17일 1,140원선을 돌파했다.
이후 G7(주요 7개국)이 엔화 약세를 위해 개입 공조에 나선 영향으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고, 원·달러 환율은 18일낙폭을 확대하며 1,126.6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