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북의 호남권 기관, 씨 말릴 셈인가

도내의 호남권 공공·행정기관들이 속속 빠져 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는 물론 도민들의 심리적 위축과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북은 특별행정기관이나 민간기업의 호남본부 등이 대부분 광주에 있어 경제적·행정적으로 예속되었다는 목소리가 높던 터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정부정책의 전환이라는 특단의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대로 가다간 전북은 '팥소 없는 찐빵'이요,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있다.

 

이와 관련 김완주 지사는 21일 도청에서 도내 국가기관장 도정설명회를 갖고 "호남권 관할 행정기관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는 김 지사의 언급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쩌면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것은 속 좁은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호남권을 관할하는 공공·행정기관이나 민간기업의 호남본부가 빠져 나감으로써 전북이 공동화되는 현실을 제대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북과 광주·전남의 공공·행정기관 현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현재 31개의 공공·행정기관 가운데 87%인 27개가 광주와 전남에 있다. 금융감독원, 한국도로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용보증기금, 고법과 고검, 노동청, 국세청, 세관, 기상청, 식품의약안전청, 해양경찰청, 공정거래사무소, 통계청 등이 그러하다. 반면 전북에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군산의 국립식물검역원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남원의 서부지방산림관리청 등 4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난 해 2월 전남도가 군산 국립갯벌연구소 부안이전 합의설을 발표했고, 6월에는 군산 한국가스공사 서해지역본부 폐지 얘기가 나와 파문을 일으몄다. 올 들어서는 2월에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 수급업무 통폐합, 3월에 전주전파관리소의 광주관리청 통폐합 등이 꼬리를 물었다. 그야말로 전북에는 호남권 공공·행정기관의 씨가 마를 지경이다.

 

이러한 통폐합 조치는 비용절감과 효율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으나 반드시 광역시로 집중시켜야 한다는 데는 반대한다. 기능적 효율성과 공공서비스의 지역균형, 사회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북도가 타당한 논리를 개발해 정부정책에 반영시켜 주길 기대한다. 도내 정치권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