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올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내달 3일부터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와 7전4선승제 대결을 벌인다.
대한항공이 챔프전에서 이긴다면 사상 처음으로 삼성화재나 현대캐피탈이 아닌 제3의 팀이 우승하는 사례가 된다.
주전과 후보가 모두 제자리에서 구실을 하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시스템 배구'가 자리를 잡은 만큼 꿈을 이룰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상황이 유리하지만은 않다.
우선 선수들이 챔피언결정전에 나가 본 적이 없어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또 오랫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아 선수들의 감각이 무뎌진 부분도 걱정거리다.
게다가 삼성화재는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으로 현대캐피탈을 일축해 '괴물 용병'가빈 슈미트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줄 수 있다.
체력을 회복한 가빈이 블로커 위에서 강타를 내리찍기 시작하면 막아내기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대한항공 신영철(47) 감독이 내놓은 해법이 '여유'다.
신 감독은 "가빈이 제대로 때린 공은 막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 리듬이 흐트러질 때가 있고,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으려면 당연히 안정된 기본기가 든든히 받쳐 줘야 한다.
신 감독이 늘 강조해 온 볼 컨트롤과 중심 이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신 감독은 "랠리포인트 제도에서는 범실 하나하나가 점수로 연결된다. 특히 세트 막판 20점이 넘어간 이후 범실은 치명타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큰 경기에서 실책을 줄이려면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야 한다.
신 감독은 "그렇기 때문에 시리즈를 길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으려면 속전속결을 다그치기보다는 천천히 시리즈의 흐름을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신 감독은 "감독이 급해서 다그치면 경험 적은 선수들은 더 심리적으로 몰릴 것"이라며 "그러지 않도록 조절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신 감독은 선수들의 과도한 긴장을 줄이고자 다소 여유 있는 스케줄로 챔프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