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민족성 - 장세균

대지진으로 일본은 엄청난 휴유증을 앓고 있다. 우리는 정신대 할머니들까지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하필 이 때, 독도가 자기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발간하겠다고 했다. 일본 총리는 한국정부에 양해를 구했다. 가까운 일본이지만 민족성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한국인에게 멋진 인간은 강자(强者)에게 강하고 약자(弱者)에게는 온정을 베푸는 사람을 말한다.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직언을 하고 밑에 부하들에게는 포용력을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사람이 바다건너 일본에 가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일본인에게 멋진 인간은 한국과는 반대이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사람이 멋지다. 일본인의 인간관이 이렇듯 우리하고 다른 이유는 그들의 오래된 사회질서와 사회제도에서 온 것 같다. 13세기부터 14세기까지 약 100년을 일본은 전국시대(戰國時代)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그 이유는 일본열도에 약 100명의 영주들이 자기 영토 확장을 위해 혈안이 되었으며 전투로 편할 날이 없는 극도의 혼란기였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한 치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시대였다. 그런 시대에서는 강자에게 굴종하고 약자를 제압하는 방식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소위 무사라는 사무라이는 자기를 인정해주는 영주밑에서 충성을 다했다. 이렇듯 강자에게 굴종하고 약자를 굴복시키는 심성이 유전인자로 변해 오늘의 일본인 DNA에 남겨진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조선 시대에 권력의 최정점인 왕에게도 직언을 하도록 대간제도를 두었다. 사간원(司諫院)은 왕이 듣기싫은 말도 직언하도록 신분을 보장하는 그런 국가제도였다. 그래서 강자에게도 강하게 나갈 수 있는 사회적 보장제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최고 권력자인 중앙의 쇼군 밑에 있는 사무라이가 직언을 할 때는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서양 사람들도 그 민족성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든다면 영국 사람은 걸으면서 길을 생각하고, 프랑스 사람은 다 걸은 다음에 생각하고 독일 사람은 길을 생각한 다음 걷는다는 것이다. 이번의 일본 대지진 사건은 일본인 민족성의 지층을 들어내기도 했다.

 

/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