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노후준비 - 조상진

"노후는 분명히 신속하다. 하여간 우리에게 필요 이상으로 신속히 다가온다."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늙어버린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자녀 교육비 마련과 결혼 준비 등으로 허리가 휘는 사이 몸은 어느 덧 노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2개의 보고서가 나왔다. 하나는 한국금융연구원이, 또 하나는 국민연금연구원이 펴낸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5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38.2%에 달하면서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4세 미만 인구대비 고령인구의 비율인 노령화지수도 2020년에 125.9로 상승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2050년에는 429.3에 이르게 돼 일본과 독일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고령화의 빠른 진전에도 사회구조의 변화, 공·사적 연금 시스템의 미흡 등으로 고령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국민연금연구원은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50대 이상 중·고령자 10명 가운데 7명(68.2%)은 노후준비를 전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5209가구를 대상으로 제3차 국민노후보장 패널조사를 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최소의 평균 노후생활비로 개인 기준 75만9000원, 부부기준 121만원이라고 대답했다.

 

노후생활비 마련 방법은 본인 및 배우자의 공적 연금이 29.0%로 가장 많았고 근로생활을 통한 소득이 23.7%, 부동산 투자 15.1%, 적금 및 예금 14.8% 순이었다. 더불어 중고령층 가운데 88.2%가 자녀와의 동거를 원하지 않았다.

 

이제는 수명 연장으로 부모밑에서 30년, 부모 노릇하며 30년, 그리고 60세 부터 시작하는 또 다른 30년을 보내야 한다. 나 자신 또는 부부만의 노후 30년이다.

 

이 마지막 30년은 준비하지 않으면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다가온다. 여기에는 돈 뿐만 아니라 시간관리, 가족관계 등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얼마 전 미래에셋이 제시한 노후준비 신(新)트렌드 14가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중 첫째는 "돈이면 된다? No, 일이 있어야 한다"였다.

 

쉽지 않은 일이나, 노후 4고(苦), 즉 가난 질병 역할상실 고독을 벗기 위해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