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체육 비사] (20)최성배 한국 중·고등학교 유도연맹회장

유도 불모지, 전국적 산실로 키운 '주인공'

오늘날 전북 유도는 전국 무대에 선뜻 그 얼굴을 내밀 정도가 됐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그 이면엔 도내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최성배 한국 중·고등학교 유도연맹회장(61)은 전북 유도의 위상을 높이는데 톡톡히 한몫 했던 사람이다.

 

현재 전북중 교장인 그는 전북유도회 전무이사, 전주시 유도회장 등을 지내면서 전북 유도 위상 강화에 힘썼다.

 

그 공로로 1997년 전북일보가 주최하는 제22회 전북대상(체육부문)을 받았고, 대통령 포장, 문화체육부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오랜 기간 국내 유도계는 영남권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가운데 그가 2년전 도내 인사로는 첫 중고연맹회장에 선임되자 "전북 유도의 위상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가 주조를 이뤘다.

 

1979년 10월 26일 소위 '10·26 사건'으로 서거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국장이 그해 11월 3일 열렸다.

 

바로 그날, 전주고 유도 사범이었던 최성배는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비보를 접하고 눈물을 쏟았다.

 

남들은 대통령 국장일이라며 슬퍼했으나, 최씨는 자기 아버지가 한낮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에 말문이 막혔다.

 

그의 아버지(고 최병언)는 당시 전북일보 편집부국장이었다.

 

쓰러진지 사흘만인 6일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평소 아버지가 "교육자의 길을 가라"며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생활을 권유했으나, "한번에 크게 벌겠다"며 장사를 고집하던 최씨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해 1981년 우석중 체육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그곳에서 꼬박 30년을 근무하면서 그는 교감도 되고, 교장도 됐다.

 

하지만 더 값진 일은 수없이 많은 제자에게 유도를 가르쳤고, 적지 않은 청소년대표, 국가대표 선수를 길러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유도를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전북 유도는 어디에 명함 한장 내밀수도 없는 상태였으나, 이젠 버젓이 전국에 어깨를 내밀 수 있다는 점이 큰 보람이다.

 

완주 이서에서 태어난 최 회장은 전주북중, 전주고, 용인대 유도학과를 졸업한 뒤, 전주고에서 유도사범을 하다, 우석중에 몸담아 평생 교편을 잡았다.

 

그가 처음 유도를 접한 것은 전주북중 2학년때 용인대 출신의 체육교사 박태인(훗날 대구시 유도회장 역임)을 만나면서부터다.

 

유도가 첫 도입될때 그는 체구가 작았으나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어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유도 특기생으로 전주고에 진학한 그는 본격적인 유도 수업을 받게된다.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도 한때 전주고에서 유도 사범을 지낸 적이 있을만큼 전주고나 남성고는 도내 고교중 유도를 하는 곳으로 제법 유명했다.

 

하지만 이는 전북에서의 얘기고, 국내 유도계는 대구 계성고가 완전히 장악했다.

 

고교 1학년때 전북대표로 선발돼 일년에 한두번 있는 전국대회에 출전한 최성배는 대회에 출전하자마자 기가 죽었다.

 

서울이나 계성고 등의 학생들은 깨끗한 흰색 도복을 입고 나왔으나, 자신을 포함한 다른 학교 학생들은 촌티나는 낡은 누런색 도복을 입고 출전해야만 했다.

 

국내 최고의 유도 학교인 용인대가 단 3명의 장학생을 뽑을때 선발된 그는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대학 1학년때 국가대표가 돼 태릉선수촌에 입소해 맹훈련을 하다가 그는 무릎을 크게 다치게 되고 이후 제대로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다.

 

한국 유도인으로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였던 최규본씨 등이 선수 생활을 함께했던 동료였다.

 

용인대 조교를 거쳐 모교인 전주고에 강사로 내려와 6년간 재임하면서 그는 가르치는 보람을 깨달았으나 내심 장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아버지의 별세로 집안 생계를 꾸려야 했던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먹고 살기위해 그는 체육교사로 나섰고, 평생을 교단에 서게된다.

 

유도 예찬론자인 그는 두 아들에게도 어릴때부터 유도를 가르쳤다.

 

선수가 아니라 인품을 위해서였다.

 

가장인 그가 유도 8단이고, 큰 아들(최호상·치과의사)과 작은 아들(최영일·육군대위)이 각 4단이다.

 

"앞으로 2년 뒤 교직을 떠나면 도내에 유도 보급을 위해 도장에서 성인이나 어린이를 상대로 한 유도교실을 열고싶다"는 최성배 회장.

 

그에게 "다른 종목에 비해 유달리 유도인들이 대학교수나 중·고교 교장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고 묻자 "자신을 낮추고 절제하는게 생활화된 때문 아니겠느냐"며 유도인 선후배간에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