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는 5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신선우 감독의 후임으로 선수 시절 '람보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문경은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올 시즌 7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신 감독이 계약기간을 1년 남겨두고 용단을 내리자 젊은 코칭스태프를 수혈해 재도약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운영팀장을 맡아왔던 전희철은 코치로 문경은 감독대행을 보좌한다.
SK의 사령탑 교체는 서울 라이벌인 삼성의 영향이 크다.
삼성을 이끌어왔던 안준호 감독이 팀을 6강 플레이오프에 올리고도 4강 진출에 실패한 후 "변화가 필요하다"며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SK와 2년 6개월 계약을 했던 신 감독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안 감독의 전격 사퇴로 2년 연속 팀을 6강에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SK에 앞서 올해 10개 구단 중 최하위 수모를 겪은 대구 오리온스는 김남기 전 감독의 후임으로 추일승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오리온스는 추 감독에게 4년 계약을 보장하며 선수단 개편에 상당한 권한을 줬다.
이와 달리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과 2위 인천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 4강 플레이오프에 올린 전주 KCC의 허재 감독, 원주 동부의 강동희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아 내년 시즌에도 변함없이 팀을 지휘한다.
또 지난해 4월 역대 최다인 5년 장기 계약을 했던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과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는 이상범 한국 인삼공사 감독도 임기를 사실상 보장받았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만료된 강을준 창원 LG 감독은 계약 연장을 장담할 수 없는처지다.
2008년 4월 LG의 사령탑에 올랐던 강 감독은 3년 연속 팀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올 시즌 팀이 정규리그 5위를 하고도 원주 동부에 3전 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4강 플레이오프 탈락의 쓴잔을 또 한 번 들이켰다.
허병진 LG 단장은 강 감독과의 재계약 가능성을 묻는 말에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과 SK, 오리온스가 사령탑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일신한 가운데 LG가 강 감독과의 재계약을 선택할지, 아니면 새 감독을 영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