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놓치는 것

이탈리아 화가 카르파초의 두 회화 작품 '라군에서의 사냥'과 '코르티잔'에는 약간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뱃놀이하는 귀족을 그린 '라군에서의 사냥'의 아래쪽에 느닷없이 꽃 한송이가 떠 있었고, 고급창부를 뜻하는 '코르티잔'에서는 귀족적인 배경과 여인들의 공허한 시선이 의문을 불러왔다.

 

이 미스터리는 각각 미국과 이탈리아 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두 작품을 이어붙이자 비로소 풀렸다.

 

'라군에서의 사냥'의 아래쪽에 떠있던 꽃은 '코르티잔' 윗부분에 잘린 꽃병에 꽂혀있던 것이었고, '코르티잔'은 귀족들이 뱃놀이를 하는 호수에 돌출된 호화로운 발코니를 배경으로 했던 것이었다.

 

대중 과학서를 집필해온 일본 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신간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은행나무 펴냄)에서 소개한 이 그림은 언뜻 과학과는 무관해 보인다.

 

'과학자들은 왜 세상을 잘못 보는 것일까'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반쪽이 된 그림 속에서 진실을 놓치듯이 '나누고 쪼개서' 미세하게 들여다보는 과학자들이 오히려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미경으로 생물조직을 관찰해보면 세포가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배율을 높이면 갑자기 하나의 세포가 바짝 다가온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이 세포가 원래 풍경 가운데 어떤 부분이었는지 놓치고 만다."(57쪽)

 

저자는 이러한 메시지를 분자생물학의 여러 개념에 적용해 전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과학에만 한정시키지는 않는다.

 

"세상은 나누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눴다고해서 정말로 아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한눈에 세상 전체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다."(1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