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카이스트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같은 대학생으로서 안타깝고 슬프다. 그러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대학교, 영재들만 다닌다는 학교에서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걸까?
카이스트 재학생들은 경쟁을 부추기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중심에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으로 납부하는 징벌적 장학금제도가 있다. 이런 체제 속에서 카이스트는 무한경쟁으로 과열돼 있었다. 네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나서야 서 총장은 정책의 일부를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한 학생은 대자보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며 카이스트의 현 상황을 비판했다.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 진리의 전당은 이제 여기 없다.'
이는 비단 카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대자보에 적힌 한탄은 우리 대학생들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학생의 말처럼 우리는 대학에서 진리를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수업시간, 교수님께서 대학에 입학한 이유에 대해 물으셨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취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전공과목을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한 몇몇이 있긴 했지만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뿐이었다. 언제부턴가 대학은 전공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며 진리를 찾는 곳이 아닌 취업을 위한 수단이 됐다. 대학에서 대학생들은 오직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다. 취직에 유리한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매학기 수강하는 과목의 기준은 자신이 진짜 듣고 싶은 것보다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강의'다. 높은 학점을 위해서라면 시험 족보에 의지하거나 커닝까지 일삼기도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9%다. 2008년(83.8%)과 비교했을 때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높다. 불과 20년 전인 1990년의 대학진학률 33.2%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고등학교 졸업자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니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에 옛말이 됐다. 대졸자가 넘쳐나는 이 사회에서 자연스레 대학졸업장은 취직을 위한 하나의 자격증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우리사회는 대학 줄 세우기를 부추겼다. 자격증에도 1급, 2급, 3급이 있듯이 대학도 서울소재 대학, 지방 국립대, 지방사립대 등급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졸이 필수조건이 된 사회에서 우리는 취직을 위해 비싼 등록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학에 가야한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거나 학자금 대출로 어렵사리 마련한 등록금. 우리는 대학에서 이 금액만큼, 아니 그 반절만큼이라도 제대로 된 배움의 기쁨을 누린 적이 있는가. 반값 대학등록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제 우리는 등록금 인상과 인하를 넘어 등록금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치 있게 쓰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대학생은 대학에서 진정으로 행복해야 한다. 취업만을 위한 자격증이 돼버린 대학에서 발버둥치는 우리들과 카이스트 학생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 김달아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