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방사능 비를 조심하기 전에

유제창(지엔비어학원 만수캠퍼스 원장)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업을 많이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학원 아이들의 차량운행이 나의 주업무가 되었다. 각 초등학교를 돌면서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많은 아이들 모습을 접하게 된다.

 

나의 본업이 교육인지라 운동장에서 마주치게 되는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예사롭지 않게 눈여겨 보게 된다.

 

비가 내린 오늘은 도심에서 좀 떨어진 초등학교에 평소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록 아이들이 나오지 않았다.

 

수업이 늦어지나 싶어 10분쯤 더 기다리다 교실로 들어가보려고 출입구에 들어서려 하자 웬걸 수업은 끝나 있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복도에서 위험천만한 장난을 하고 있었다. 끝이 뾰쪽한 우산을 들고 서로 휘두르고 찌르고 놀고 있었다.

 

너무 위험하다 싶어 아이들을 제지하고 학원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선생님이 오늘 오는 비는 단 한방울도 맞으면 안된다고 교실에서 기다리랬어요."

 

"우리 엄마도 절대 비맞지 말래요."

 

우리나라에도 약간의 방사성 물질이 날아왔다고 하지만 인체에 해를 미치지 않을 만큼 미미한 양이었다.

 

방사능 위험 때문이라고? 검증도 안될 만큼의 미미한 위험에 대해서는 과민의 수준을 넘어 결벽증의 증상을 보이면서 정작 위험한 놀이에 대해서는 무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부모들과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놀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것일까?

 

한 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찔리고 커터에 베이고 모서리에 깨지고 학교 앞 도로에서 차에 치이고 있는지 알고 계신가? 방사능 위험, 그 유식한 위험에 대한 극심한 결벽증의 단 10%만이라도 학교에서의 물리적 위험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훨씬 위험하게 논다. 날고 있는 그네를 뒤에서 차고,우산을 휘두르고,학교 정문으로 뛰어나간다. 그래도 방사능 비가 더 위험하다면 할 수 없지만.

 

/ 유제창 (지앤비어학원 만수캠퍼스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