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매력적인 노랫소리에 반해 결혼한 아내는 남편의 노래가 예전 같지 않자 외도를 결심한다.
남편은 아내가 바람을 핀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고, 함께 키우고 있는 아이 중 몇 명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도 의심하지만 누가 친자식이고, 누가 남의 자식인지는 알 수 없어서 아내의 간통을 모른 척 한 채 자녀양육을 계속한다.
또다른 집에서는 형이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동생을 죽인다. 부모는 살인을 목격하지만 양육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 이를 방관한다.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콩가루 가족의 모습 같지만 다행히 인간세계의 일은 아니다. 각각 두건솔새와 왜가리의 세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자칭 '새 탐정'인 캐나다 조류학자 브리짓 스터치버리가 쓴 '암컷은 언제나 옳다'(이순 펴냄)는 여러 새들의 '사생활'을 정밀하게 관찰해 기록한 것이다.
과거 새들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종으로 여겨졌으나 DNA 감식으로 친자 확인이 가능해진 이후 새들의 불륜 비율이 상당이 높은 것이 밝혀졌다.
조류의 세계에서 대부분 짝짓기와 번식에 관한 한 암컷이 선택권과 주도권을 갖고 있어서 두건솔새처럼 수컷이 암컷의 혼외정사를 속수무책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꽤 많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수컷은 아름다운 깃털로 치장하거나 아침마다 열렬한 춤 공연을 벌이거나, 호탕한 노랫소리로 자신의 매력을 과시한다.
그렇다고 모든 새들이 '부정'한 것은 아니다.
열대새의 일종인 회색개미새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며 부부가 1년 내내 함께 노래하고 함께 식량을 구하고 함께 알을 품는다. 떠돌이 알바트로스 역시 한번 짝짓기를 하면 평생 협력하고 서로에게 헌신한다.
저자는 그러나 이들의 백년해로가 '충실함'의 결과가 아닌 '기회 부족'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
회색개미새의 경우 번식기가 길고 암컷들의 생식시기가 동일하지 않아 바람피우기가 쉽지 않을 뿐이며 떠돌이 알바트로스는 육아 부담이 워낙 커서 양쪽 부모가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이혼이 어려웠던 것이다.
"알바트로스의 복잡한 구애 표현과 일부일처 결합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수천 년에 걸쳐 대양의 생활방식으로 진화해온 것이다. 평생토록 이어지는 부부의 연과 낮은 출산율은 혹독한 환경에서 새끼를 키우는 어려움과 부모 역할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한 필수사항이었다."(134-135쪽)
이 책은 더 많은 후손을 남기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새들의 다양한 전략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제목이 꽤나 도발적인데 원제는 평범하게 '새 탐정(The bird detective)'이다.
정해영 옮김. 300쪽. 1만3천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