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초등학교서 성추행 사건 은폐 '파문'

학교·도교육청 "그런 일 없었다"…뒤늦게 재조사 나서

도내 모 시골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교내에서 고교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정황이 확인됐지만 학교측이 이를 은폐하려 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북도교육청은 이 같은 소식을 듣고 자체 감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조사 없이 학교 측 말만 믿고 '경미 사건'으로 분류해 은폐를 도운 꼴이 됐다.

 

▲ 사건 개요= 지난 4월 2일(토) 오후 4시께 이 학교 놀이터에서 초등학교 6학년 B양(13)이 인근 고등학교 1학년 C군(17)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틀 후인 4일 B양과 친구들은 교장실을 찾아가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이와 별도로 B양은 한 교사에게 '선생님 000오빠가 제 가슴을 만지고 (오빠가 자신의)바지를 벗으려고 했어요. CCTV도 있고 선생님들도 다 알고 계세요'라고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

 

이에 학교측은 CCTV를 검색한 후 피해자와 담임교사, 가해자 부모를 만나 사건의 진위를 확인한 뒤 양측 학부모들과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

 

그러나 그 뒤 학교측은 갑자기 성추행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고 피해 학부모도 침묵을 지켰다.

 

이와 관련 모 교사는 "학교에서 선생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며 성추행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 은폐 시도= 도교육청 성폭력 관련 매뉴얼에는 '추행이나 의심 사례가 발견될 경우 교육청에 곧바로 보고하고 관련 사실을 확인해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이 같은 규정을 어기고 B양의 추행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실제로 사건발생 12일이 지나도록 교육청에 보고를 하지 않다가 본보 취재가 시작된 14일 뒤늦게서야 이 사실을 교육청에 알렸다.

 

도교육청은 이날 장학사 등을 파견해 조사를 했지만 성추행이 없었다는 학교 측 입장과 비슷한 '알고 지내던 학생들이 서로 장난을 치고 놀다 손목을 잡은 사실이 확인되는 등 성추행은 확인 할 수 없는 경미한 사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기자가 CCTV 자료 화면을 검색한 결과 C군이 B양을 강압적으로 데리고 가려는 장면과 B양이 이를 뿌리치는 모습이 확인됐다.

 

특히 B양이 성추행 사실을 알리며 보낸 문자 메시지가 확인되자 학교측은 '피해 학생 부모가 딸의 미래를 걱정,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해 어쩔 수 없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 당국 대책= 지난 14일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위 파악에 나섰던 도교육청 등은 다시 조사단을 꾸려 재조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입장(성추행 사실무근)을 번복하며 "피해 학생이 보낸 문자 등의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보고 받지 못했다"며 "해당 학교에 대해 다시 감사를 실시, 사건의 진위를 철저하게 파헤쳐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학교측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구성을 지시하고 이번 사건을 성폭력피해자지원센터에 알려 피해 학생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