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추행 사실 은폐 쉬쉬할 일 아니다

일선 학교나 교육행정기관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면 무조건 숨기고 보자는 일이 많다. 외부 기관에 의해 그 사실 자체가 노출되면 재수없다는 식으로 사건을 축소시키거나 얼버무려 진상 규명이 잘 안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거의 관행이 되다시피 타성에 젖어 개선이 안되고 있다. 김승환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현장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일선 학교에 예산을 직접 배정해서 집행하고 있지만 학교는 종전의 타성을 벗지 못한 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지난 2일 모 초등학교에서 6학년 여학생이 인근 고등학교 1학년 학생 한테 성추행 당한 사실만해도 그렇다. 피해 학생은 자신이 성추행 당했다는 내용을 문자로 교사에게 보냈고 CCTV 화면에도 이 같은 장면이 찍혀 있었다. 피해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이 같은 사실을 이틀후에 교장에게 알렸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학교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건 자체를 은폐하고 있다가 본보 기자가 취재에 나서자 그때서야 뒤늦게 교육청에 보고했다. 더 가관인 것은 교육청에서 조사나온 장학사들이 학교측과 마찬가지로 성추행은 없고 단지 알고 지내던 학생들이 서로 장난을 치고 놀다가 손목을 잡은 것 뿐이라고 사건을 축소해버렸다. 가해 학생의 신상과 학교의 명예 등을 고려해서 경미한 사안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러나 피해 학생이 자신의 성추행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렸는데도 학교측이나 교육청의 현장 확인 조사는 은폐 내지는 사건 축소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가 없다. 더욱이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인접 학교에서 고용원으로 근무하고 어머니가 지체장애자라서 쉽사리 피해 구제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악용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그 이유 여하를 떠나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피해 학생이 입은 정신적인 충격과 상처를 조금이라도 감안했더라면 이 같은 축소 은폐는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쉬쉬한다고 진실이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다시금 진상조사를 벌여야 한다. 마치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딸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취지로 얼버무려서는 결국 피해 학생의 인권만 짓밟히게 된다. 이번 은폐 조작에 가담한 교사 교장과 엉터리로 조사해 사건을 축소시킨 장학사 등도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