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 박사인 전택원 씨(65)가 1000년 전 도선(道詵)국사가 쓴 예언서 「도선비결」을 동학사상으로 재해석한 철학서 「마음에 이슬 하나」(바보새)를 출간했다.
책의 표지에 실린 석상은 동학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다. 그러나 동학사상과 최제우의 사상에 대한 논의는 책의 중심이 아니다. 지은이는 「도선비결」에 대해 전혀 다른 각도로 접근한다.
「도선비결」은 조선왕조가 망한다는 예언서가 아니라 21세기 한반도 새 문명에 대한 포괄적 선언이다고 말한다.
도선비결이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반도 전쟁의 3대 국난을 언급하고 있으며 '남북'이란 단어에 이어 '일국'이란 단어가 나온다고 했다. 통일된 한반도를 암시하는 것이다. 결국 진리의 힘으로 한반도에 통일이 이뤄지고 새 문명이 시작된다는 도선비결의 내용은 우리 앞에 가로 놓인 진리와 분단문제, 앞으로 30년간 일어날 우리의 운명적 사건을 예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도선비결 271자의 마지막 구절 '三隣助安 鷄龍山 三子奠安'은 '세 이웃나라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돕는다. 계룡산은 한반도 1000년 예언을 마감하는 종지부의 상징. 유불선이 하나가 되어 진리의 문명이 자리를 잡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오늘날로 해석하면 주변 4강이 한반도의 안정을 도와 평화를 이룬다는 말이다.
문장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존칭어 문체를 구사했다. 도선비결의 문장들을 매듭으로 풀어내며 그 내용을 해설하고, 수운 최제우의 말과 글의 인용을 통해 수운이 이미 그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예시했다. 수운이 역사의 동란기에 지도자로서 예언자로서 겪고 생각했을 만한 일들은 다시 저자의 유년 시절과 지나온 세월의 회고, 특정 사물에 대한 사유와 경험을 통해서 재해석 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은 성 오거스틴의 고백록같기도 하고 예언서나 불경 해설서 같기도 하며 어느 시인의 깊고 내밀한 수상록같이 읽히기도 한다. 역사학자들에게 조차 잊혀졌던 비결, 수운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 나라와 동학의 진운을 하나로 엮어보고 있는 이 책은 집필기간이 무려 12년이나 걸렸다.
전택원 씨는 경남 진영 출생으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해직언론인 출신으로 88년 복직돼 홍콩·북경특파원을 역임했으며 97년 신문사를 떠난 뒤 대학에서 10년 남짓 시간강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