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웰빙에서 로하스로

권창영 (전주 예수병원장)

 

2000년대 미국에서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웰빙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나 뿐만 아니라 너의 삶도 함께 생각한다'는 로하스의 개념이 탄생했다. 로하스(LOHAS, Life 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는 건강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웰빙이 '잘 먹고 잘 살자'라면 로하스는 '제대로 먹고 제대로 살자'이다. 지구 환경을 해치지 않는 소비를 강조하는 로하스는 쓸모 있는 것들은 되살려 쓰면서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비판적으로 구매하는 심각한 소비자 될 것을 주문한다.

 

인류는 지금 적정 수준을 넘어선 욕망으로 인해 재난과 생태계 파괴 등 여러 차원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일본 동북부 쓰나미와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 전 세계에 전한 상황은 경악과 공포 자체였다. 이번 자연재앙은 우리 삶의 어떤 안정적인 요소도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하지만 자연재앙보다 더 큰 공포는 문명재앙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위기와 방사능 공포는 그 범위가 자연재앙의 수준을 넘어 일본 전국,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 세대 욕망의 산물인 방사능은 원래 생태계와 양립이 불가능한 물질이다. 미량이라도 호흡과 먹이사슬을 통해 체내에 농축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으며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생태계에 회복불능의 영구적인 손상을 끼친다는 점에서 다른 환경 사고와 차원을 달리한다.

 

우리나라는 원전 21기를 가동하면서 7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고 다른 여러 가지 환경오염 및 생태계 파괴 문제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 350만 마리가 참혹하게 살처분되어 땅속에 묻혔는데 전국 4,500곳이 넘는 매몰지의 침출수 유출로 인한 지하수와 식수 오염으로 이어지는 이차적인 환경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의 대재난은 우리에게 예측 가능한 사태에 대한 체계적인 통제라는 매뉴얼에서 벗어나 인간의 예측을 넘는 상황을 상상할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일본은 가장 매뉴얼이 정밀한 사회지만 자연은 이 문명조차도 얼마나 허약한 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일본의 저술가 히로세 다카시는 지난 20년간 체르노빌 다음은 프랑스 아니면 일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가 출간한 '원자로 시한폭탄'에서는 "일본이 십년 후에도 존재해 있을까 묻는다면 나로서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는 일본의 대재난을 보면서 모든 것을 다시 검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일본인들과 아픔을 함께하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해야 한다. 위기 후 매뉴얼 대처라는 문제의식과 관성적 사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는 21세기의 불확실성에 대한 상상력까지 동시에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류는 지속 가능한 문명의 수준에서 멈추어 서서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웰빙을 넘어 로하스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신체적 건강과 동시에 공동체와 지구 환경까지 고려하면서 후세에 물려줄 친환경적 생산과 생활방식을 주장한다. 이제 우리는 지역의 생태계와 지구촌 환경에 대한 실천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것은 생명의 존귀함과 상생의 지혜이지 죽음의 재가 아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선조로 기억될 것인가.

 

일본 미야코시의 아네키치(姉吉) 지역 12가구의 주민은 이번 쓰나미에서 목숨을 건졌다. 100여년 전에 두 차례의 쓰나미로 주민 대부분이 사망한 이 지역은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이 해발 60m 지점에 '여기보다 아래에는 집을 짓지 말라'는 비석을 세웠고 후손들은 이 경고에 따라 비석보다 높은 곳에 집을 지었다. 이번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자 주민들은 신속하게 집으로 대피했고 우리가 상상치 못한 거대 쓰나미는 비석 50m 아래에서 멈췄다.

 

/ 권창영 (전주 예수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