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주영화제 이제 시민이 즐길 차례다

전주가 영화의 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지난 2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아흐레 동안의 화려한 '은막 축제'에 들어간 것이다. 전주영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부쩍 성장하고 있다. 보다 확고한 진화를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빼놓고 말할 순 없다.

 

'유쾌하게 소통하는 스마트한 영화제'를 슬로건으로 오는 6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씨민과 나데르, 별거'를 비롯해 세계 38개국 190편(장편 131편, 단편 59편)의 영화가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관객을 맞는다. 지난해에 비해 11개국을 줄여 내실화를 기했다고 한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88편이 아시아나 세계 최초로 소개되는 것도 돋보인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한국영화에 정성을 들였다는 게 영화평론계의 평가다. 전체 상영작 가운데 57편 가량이 한국영화이니 양적으로만 따져 봐도 그렇다. 더욱이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국제경쟁, 한국장·단편 경쟁, 시네마 스케이프, 시네마페스트 등 전 부문에 걸쳐 한국영화가 고르게 포진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약진이라는 표현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아무리 수작이 무대에 올려져도 관객이 찾지 않으면 축제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전주영화제가 그런 점에서 출범 초기부터 주류영화와 달리 고유의 '대안'과 '독립', '디지털'이라는 차별성을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것은 잘한 일이다. 선명한 정체성은 마니아들의 확대재생산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전주영화제가 이처럼 해마다 진화하는 건 기본적으로 'JIFF 맨'들의 열정이다. 점차 아시아 영화의 집결지로 성장하면서 한국 영화산업의 상징적 통로로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얻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영화제 관객이 특정 전문 관객층으로 게토(ghetto)화하지 않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영화제 상영작들을 일반극장에서도 유통시킬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전주는 지난 1940~50년대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영화를 제작했던 곳이다. 한국 영화의 맥을 이어온 전주의 영화사에는 이 지역만의 안정되고 인정스럽고 친밀한 분위기가 녹아 있다. 이번 전주영화제도 맛의 고향의 정취에 취하는 것만으로 영화팬들을 유혹하기엔 충분하다. 이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전주에서 영화를 즐기는 일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