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삼성 계열사가 전북에 있었던 적이 있다. 1968년 故 이병철회장이 새한제지를 인수해 전주제지를 설립했다. 그러나 전주제지는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됐다. 이 회장의 장녀 인희씨가 인수해 한솔제지로 이름을 바꿨다가 1998년 외국자본에 매각됐다.
이후 삼성과 전북은 인연이 없었다. 제조업으로는 그렇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에 대한 전북의 짝사랑은 이어졌지만 삼성은 전북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1996년 사회공헌 일환으로 삼성문화회관을 지어 전북대에 기증했다.
삼성이 전북에 공장설립을 검토했던 적도 있다. 1997년 삼성전자가 광주 하남공단 이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근인 정읍 2,3산업단지에 공장설립을 검토했지만 철회됐다. 경기도와 경남 충청 광주 전남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특히 수도권의 경우 부지가 적다며 규제완화까지 요구하면서 몸집을 불려온 삼성이지만 전북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삼성 투자 유치는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였다. 유종근 전 지사도 삼성의 투자유치를, 강현욱 전 지사도 TF팀까지 만들어 투자유치에 나섰다.
유종근지사는 2000년초 정동영의원, 김완주 당시 전주시장과 함께 삼성그룹 이학수 총괄부회장을 만나 전북투자를 요청했다. 그 해 정동영의원은 삼성그룹 유치를 당선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투자계획이나 기업이전 계획이 발표될때마다 전북은 삼성의 외면을 지적하면서 여론몰이도 했다. 현대와 대우(한국GM) LG 등 다른 대기업군의 전북투자와 비교하면서 전북 투자를 촉구했다. 2003년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 증설때는 시민단체가 나서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전북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강현욱 지사시절에는 삼성유치 TF팀이 만들어졌다. 강 지사는 2006년 1월 삼성전자 윤종용부회장을 만나 "장기투자계획 대상에 전북을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고, 윤 부회장은 "신중하게 검토해볼 사안"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완주군에는 '완주군 삼성기업 유치운동본부'가 출범되기도 했다. 삼성의 전북 투자는 기업유치의 완결판처럼 여겨졌다.
김완주지사가 취임 직후 삼성출신의 김재명씨를 정무부지사로 임용한 것도 삼성유치를 위해서였다. 다리를 놓아줄 삼성맨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 전 부지사는 9개월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삼성전기 제일모직 중공업 전자 에버랜드 물산 등 그룹내 계열사 임직원들과 줄줄이 만남을 주선했고, 지난해 8월 새만금 투자를 확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순택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겸 신사업추진단장을 만났다.
삼성이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확정한 것은 4월초. 전주제지가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20년만에 삼성의 전북 투자가 현실화 된 것이다.
도에서는 이번 투자발표가 삼성과의 물꼬를 튼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후속투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