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는 반복적 형태 속에서 발전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급진적 경제 성장은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사회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여성의 인권신장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 그리고 가정내에서의 위상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한국에서도 여성 고학력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전국의 대학교 대학원에서 여성의 석사학위 취득률이 남성과 거의 비슷한 49%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올해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검사로 임명된 여성 검사가 남자 검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에서 검사나 판사의 사회적 지위는 상당하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요즈음 젊은층의 가족 개념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이 감지되었다.
가족이라는 개념 속에는 아버지쪽 친가(親家)보다는 어머니쪽 외가의 외할아버지·외삼촌 등이 가족으로 더 강하게 의식된다고 하였다. 사회적 중심축이 여성에게로 그리고 가정에서도 어머니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가 생각된다.
중국의 운남성(雲南省)은 소수민족이 많다고 한다.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 25개 소수민족이 운남성에 살고 있다. 그 중에 모쒸족은 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니 성(姓)을 따르고 재산은 어머니에게서 맏딸에게로 대물림된다고 한다. 딸이 없을 경우 재산은 맏며느리에게 대물림된다.
역사속의 원시 공동체 사회는 모계사회로 알려져 있다. 신석기 수렵채취 시대에 남자는 사냥을 나갔으며 사냥 중 맹수에게 당해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위험한 일에 노출되지 않았던 여자는 가정을 지키다보니 여성중심 사회가 되었던 것 같다.
청동기 시대가 되면서 농기구의 발달로 대단위 농경이 가능해졌다. 농사는 단연 육체적 힘이 필요했기에 남성의 역할이 절대적이 되면서 생산수단이 남성 전유물이 되었다. 농경사회는 남성위주의 사회였고 가정에서는 가부장이 되었다.
21세기는 지식의 사대라고 한다. 지식을 터득함에 성(姓)이 필요없게 되었다. 한국사회 여성의 힘이 늘어나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모계사회로의 이행이 아닌가 한다.
/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