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무죄'인데 민사에선 '유죄?'

전주 장동유통단지 입찰 방해 혐의 상반된 판결…줄소송 예고

LH공사가 실시한 전주 장동유통단지 토지분양 입찰과 관련,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판결이 상반되게 나오면서 이해당사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형사 재판부는 입찰방해 혐의에 대해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민사 재판부는 '입찰 참여 자격이 없는 자가 타인을 내세워 대리입찰을 시켰다'며 입찰 결과를 무효화시켰다.

 

이처럼 소송별로 상반된 판결이 나오자 소송 당사자들은 수긍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 형사판결 무죄= LH공사는 지난 2006년 3월 장동유통단지에 중고차매매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입찰자격은 중고차매매업 면허 소지자 가운데 분양신청금 4억5000만원을 예치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고 모두 12명이 참가했다.

 

이에 검찰은 면허가 없어 입찰 자격이 없는 김모씨(56)가 황모씨(68) 등 9명의 명의를 빌린 뒤 입찰보증금 40억5000만원을 대납, 당첨 확률을 75%로 높여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김씨에 대해 입찰방해죄로 징역 6월을 선고했지만 2008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황씨 등 9명도 역시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김씨가 사전에 LH공사 담당자와 합작형식의 분양절차 참여에 대해 문의했고 이후 참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황씨 등이 명의를 대여한 것이 아니라 김씨와 합작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이는 등 LH공사의 분양업무를 방해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민사판결 유죄= 민사판결에서는 형사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김씨가 입찰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황씨 등 9명과 공모해 분양신청금을 대납해주는 방법으로 담합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대법원 재판부는 지난 달 28일 "김씨는 황씨 등 9명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입찰 당첨확률을 끌어 올렸고 결국 황씨가 분양대상자로 결정됐다"며 "이는 LH공사가 입찰 모집 공고를 통해 금지했던 담합 또는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 사건 당첨결정은 모집공고에 따라 무효가 된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동일 사안에 대해 각기 다른 판결이 나오자 원고와 피고측은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추가 법정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이미 장동유통단지에 들어선 중고차매매단지 건물 처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지어진 건물을 철거해야 하지만 이미 설립된 건물을 철거할 수도 없을뿐더러 이를 처리하려면 LH공사가 다시 건물을 매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한 김씨로부터 분양을 받아 입점한 61개의 중고차 매매업소는 모두 건물을 비우고 나가야 할 상황으로 이해당사자간 법정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형사와 민사 판결이 정반대로 갈리는 사건이 종종 있으며, 이번 사건도 지루한 소송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완벽한 증거가 필요하지만 승패가 분명한 민사는 우월적 증거를 가진 쪽의 손을 들어주게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