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영의 아름다운 우리말] '웰본' 보다 '배냇바라지' 가 좋아요

▲ 배냇바라지

 

'배냇바라지'는 '웰본'을 다듬은 우리말이다. '웰본(well-born)'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잘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임신 때부터 아기를 위해 각종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말이다.

 

▲ 저출산 시대의 풍속도

 

웰본(well-born)은 참살이(웰빙·well-being)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저출산 시대가 되면서, 엄마들은 내 아이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생각에, 내 아이에게만은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돈과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붓는다.

 

신세대 엄마들은 태아에게 좋은 물부터 시작하여 머리 좋아지는 음식, 태아 보험에 이르기까지 아기를 위한 것이라면 온갖 정성을 마다하지 않는다. 태교 또한 임신 주기별로 구분하여 아기에게 말을 걸고 동화를 들려주는 발달 단계별 영어 태교, 한국어 태교로 구분된다. 그 뿐만 아니라 주산 공부로 아기의 머리를 좋게 한다는 수학 태교, 철따라 달라지는 기분을 고려한 계절 맞춤형 명상 태교 등 이전 보다 더 세분화된 특성화 태교가 등장했다.

 

▲ 배냇바라지 상품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입는 옷을 배냇저고리라 한다. 배냇저고리는 신생아의 연약한 맨살에 직접 닿는 옷이기 때문에 위생과 보온에 중점을 둔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배냇저고리를 준비하는 것처럼 신세대 엄마들은 아기 전용 김치를 비롯하여 아기 전용 된장, 간장, 고추장, 유기농 아기 전용 보리차까지 따로 챙겨놓는다.

 

탯줄은 금이나 다이아몬드에 넣고 아기 이름을 새겨 '제대도장'을 만든다. 아기의 배냇머리는 붓으로 만들어 기념한다. 더 나아가서는 미래의 질병에 대비하기 위해서 탯줄 혈액을 보관해 두는 '제대혈 은행'을 신청하기도 한다.

 

요즘 아기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또래의 아기가 등장하는 광고를 보며 자란다. 덕분에 신세대 아기들은 광고에 출연하여 돈벌이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엿볼 수 있게 되었다.

 

▲ 이렇게 쓰세요

 

배냇바라지 열풍이 신세대 엄마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배냇바라지는 저출산 시대가 낳은 새로운 풍속이다.

 

유아전용 매장에 배냇바라지용품이 등장했다.

 

/ 장미영(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