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딛고 '빙판의 꿈' 일군다

김제 용동초 아이스하키부 창단…전교생 49명중 부원 19명

17일 아이스하키부 창단식을 앞두고 김제 용동초등학교(교장 서영숙) 학생들이 송원용 교사(오른쪽)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김준희(goodpen@jjan.kr)

17일 오전 김제 용동초등학교(교장 서영숙). 자기 몸보다 큰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아이스하키부 창단식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아이스하키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뭔가 신나는 일이 있을 것 같다. 동아리 막내인 박진서(2학년)에게 '아이스하키가 어떤 운동이냐'고 묻자 "얼음판 위에서 넓적한 공을 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만화 '스펀지밥'에서 봤다고 했다. 전주 송천동에서 매일 통학하는 오예진(4학년)과 이세영(5학년)은 "엄마가 (아이스하키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운동이라서 하래요"라며 키득거렸다. 별명이 '육봉달'인 동아리 '맏형' 최봉우(6학년)는 아이스하키부에 든 이유로 "운동 신경이 좋아지니까…"라고 짧게 말했다. 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축구와 달리기를 진짜 잘해요"라며 '예비 주장'을 치켜세웠다.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시골 학교인 김제 용동초등학교가 서울에서도 꾸리기 힘든 아이스하키부를 창단했다. 전교생 49명 중 19명이 부원이다. 이들은 17일 오전 아이스하키부 창단식을 갖고, 오후에는 전주빙상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시작했다. 전주 중산초에 이어 도내 두 번째 아이스하키부다.

 

'귀족 스포츠'라 불리는 종목을 '가난한' 시골 학교가 도전한 데는 올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송원용 교사(37)의 힘이 컸다. 전주 중산초 아이스하키부를 4년 반 동안 이끈 경력을 가진 송 교사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나선 것. 송 교사가 물꼬를 튼 동아리 창단은 "마음이 풍요로운 아이를 기르고 싶다"는 서영숙 교장(59)의 '교육 철학'과 맞물리면서 급물살을 탔다.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한몫했다. 학교측은 지난 3월 학부모들에게 안내장을 발송해 아이스하키부 창단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결과는 찬성이 대세.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었다. 스케이트·스틱·퍽 등에 부상을 입기 쉬운 종목의 특성상 숄더패드(shoulder pad, 어깨와 가슴 보호)와 레그가드(leg guard, 정강이 보호), 헬멧, 장갑 등 보호 장비를 갖춰야 하고 유니폼까지 합치면 1인당 최소한 150만 원이 드는 탓이다. '발이 넓은' 송 교사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전북아이스하키협회에 SOS를 쳤고, 두 협회는 각각 장비와 유니폼 일체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학부모들도 빙상경기장 사용료와 식비 등을 맡기로 했다.

 

서영숙 교장은 "학력도 중요하지만, 인성과 체력이 바탕이 돼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가 될 수 있다"며 "소수 정예의 엘리트 선수 육성보다 모든 아이들에게 특기 발굴 기회를 넓혀 주기 위해 아이스하키부를 창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