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한국어문회관에서 열린'올바른 어문생활과 한자교육'주제 발표회에서 우석대 총장을 지냈던 라종일 박사가"한자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은 한자사용을 기피할뿐만 아니라 한자를 혐오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문화의 근저에는 한자로 된 동양의 고전작품들이 자리하고 있고 한자를 제대로 구사할수록 아시아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강의를 했다.
우리말의 70%가 한자로 된 단어이고 과학용어의 90%가 한자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 있다. 그래서 한자를 모르는 것은 우리말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도 된다. 한자를 모르는데서 일어나는 부작용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서울대학생의 60%가 전공과목에 나오는 기본 단어의 뜻도 잘 모른다는 조사도 있다. 학문에 쓰여지는 단어는 더욱 한자에서 비롯된다.'부창부수(夫唱婦隨)'를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하니까 '아버지가 창을 부순다'고 답변을 하는 등 웃지 못할 일화도 많다. 흔히 사용되는 '배수진(背水陣)'을 '부수차'로 읽는 학생들도 엄청나게 많다. 한자에 얽힌 일화는 한이 없다.
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관공서까지도 한글마저 무시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동사무소'라고 해야 할것을'동 주민센터'라고 표시해 어쭙잖게 영어를 사용한다. 'Buy 전북상품'이라는 말은 전북도가 내걸은 표어이다. 이것 역시도 어쭙잖은 영어표기이다. 영어단어 몇자가 들어가야 단어의 품격이 올라가는 줄로 착각하고 있다.
2002년부터 역대 교육부 장관을 지낸 13명이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건의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1970년부터 한자가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박정희 대통령의'한국식 민주주의'가 한자를 학교 현장에서 추방했다고 본다. 북한은 초등학교때부터 3000자의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 역시도 2000자의 한자가 기본이다.
국어학자 진태하 교수는 한자도 우리민족인 동이(東夷)족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라는 신문에 나와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산 일도 있다. 이미 서울 강남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한문공부를 시키고 있다. 우리의 언어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