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단어가 하나 생겨났다. 소위 '강남 좌파'라는 단어다. 서울 강남은 한강의 기적과 함께 생겨난 신흥도시다. 한 때의 논밭이 빌딩숲으로 바뀌면서 주로 고소득자들이 모여사는 부자촌이 된 것이다. 한국의 '비버리 힐'이 되었다.
미국의 부촌인 '비버리 힐'은 한국 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로스엔젤레스 서쪽 태평양 연안 가까운 곳 주택지구에 미국 거부들이 숲속의 대저택을 짓고 사는 지역이다. 얼마전에 죽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특히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주로 모여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서울대 합격자의 약 30%를 차지하고 사법연수원 졸업생 중에 판검사로 임용된 사람의 30%가 강남지역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통계도 있다. 서울 강남은 부촌(富村)일뿐만 아니라 교육특구이기도 하다.
'강남 좌파'는 잘 살면서도 사회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공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강남 좌파'는 긍정적 면보다는 부정적 면을 띠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잘 살면서도 복지나 하류층에 애정을 가진 사람을 빗대어 '리무진 좌파'라고 한다. 리무진 자동차는 미국 부호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잘 사는 좌파를 빗대어 '샤르도네이(chardonnay) 사회주의자'라고 하는데 '샤르도네이'란 쓴맛을 내는 백포도주를 말한다. 백포도주가 보기는 좋지만 맛이 쓰면 별 의미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잘 사는 좌파를 '캐비어 (caviar) 좌파'라고 말한다. '캐비어'는 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을 말하는데 철갑상어는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소금에 절였으니 먹기가 곤란할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살롱 좌파'라고 한다.
한국의 강남 좌파는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기 자녀들은 유명 사립학교에 보내기도 하며 자본주의 제도를 비판하면서도 자본주의 장점을 즐기는 생활을 한다. 반미(反美)를 외치면서도 자기 자녀들은 미국에 유학을 보내고 미국 대학 학위증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들의 슬로건이 가난한 자들의 고통과 굶주림을 진정으로 이해 못하기에 그들의 정책은 공허할 뿐이다. 현실과 접목된 강남 좌파를 기대한다.
/ 장세균 논설위원